29일 오전 충북 옥천군 관성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모친 ‘육영수(1925∼1974) 여사 탄생 91주년 숭모제’가 시작 전부터 찬반단체 간 충돌로 아수라장이 된 뒤 간략하게 열렸다.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악화한 여론을 고려해 올해는 문화공연 등을 모두 취소하고 외빈 초청 없이 종친과 순수 추모객만 참석한 가운데 예년에 1시간 30분 정도 걸리던 행사시간을 이날 오전 11시부터 30분 정도로 축소해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전 10시쯤 ‘박 대통령 퇴진 옥천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이 몰려들어 피켓시위를 하면서 “대통령의 국정 실패로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데, 국민의 혈세를 들여 어머니 탄신제를 여는 게 말이 되느냐”며 행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해사모(박 대통령을 사랑하는 해병 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헐벗고 굶주렸던 이 나라를 발전시킨 게 누구냐. 그분(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 숭모제를 지내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맞받아치면서 약 1시간 동안 충돌,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경찰이 과격행동을 저지하고 중재에 나서면서 더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소동을 빚은 후 숭모제는 육씨 종친과 친박(친박근혜) 단체 회원,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육 여사 약력 소개와 탄신 제례, 생전 활동 영상 시청, 헌화 순으로 30여 분간 조촐하게 진행됐다. 내빈석에 초대된 옥천군수 등 이 지역 기관·단체장들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김관용 경북지사와 남유진 구미시장 등이 축하 화환을 보냈다.

옥천=고광일 기자 k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