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캠프 데이비드 산장, 테라스에 크램프와 서동수가 나란히 앉아 있다. 데이비드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손자 이름이다. 오후 6시 반, 일찍 저녁을 마치고 둘은 커톡틴 산맥이 어둠 속으로 묻히는 장면을 바라보는 중이다. 장관이다. 붉은 노을이 사방에 덮여 있는 것 같다. 그때 크램프가 언더록으로 만든 위스키 잔을 들면서 힐끗 뒤쪽을 보았다.

“각하.”

서동수를 부르는 것이다. 크램프는 70세, 서동수는 55세다. 뒤쪽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크램프가 서동수에게 물었다.

“오늘, 홍보수석하고 같이 갈 거요?”

“예, 각하.”

서동수는 크램프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 하선옥까지 데려온 것이다. 서동수가 술잔을 들고 말했다.

“뭐, 한두 번도 아니고, 국민도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부럽군.”

“감사합니다, 각하.”

“유라시아 클럽의 물이 좋다고 들었소.”

“언제 오신다면 제가 특별히 모시지요.”

“푸틴 씨는 자주 가지요?”

“그럼요. 제가 별장까지 지어 드렸는데요.”

“나도 봤어요. 근사하더군.”

“경치가 이곳만큼 장관입니다, 각하.”

“기대가 되는데.”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겁니다.”

“푸틴의 야망이 무엇일 것 같습니까?”

다시 술잔을 든 크램프가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웃었다.

“글쎄요. 비행기 타고 올 적에 외무장관이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각하의 꿈은 뭡니까?”

다시 크램프가 묻자 서동수가 상반신을 세웠다. 이제 앞쪽 산맥은 어둠에 덮였다. 뒤쪽 별장 응접실은 불을 환하게 켜놓았고 테라스 양쪽 끝에 등이 켜졌다.

“제3제국입니다.”

“제3제국.”

긴장한 듯 크램프도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구체적으로 말해 보시죠.”

“한반도와 시베리아, 중국 3성까지 영향력 안에 둔 대한민국입니다.”

“으음.”

탄성만 뱉은 크램프를 향해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국경은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는 경제영향권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각하.”

“결국은 그것이 자연스럽게 국경이 되겠지요.”

“제3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크램프가 다시 물었다.

“중국이 동북 3성을 개방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한랜드와 대한민국이 흡수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겠군요.”

“글쎄요.”

“제3제국의 중심은 대한민국이군요.”

“그렇습니다.”

어깨를 편 서동수가 크램프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

“미국은 제3제국의 동맹국입니다.”

크램프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동맹은 필요에 따라 맺어진다. 남한이 미국과, 북한은 중국과 동맹국이며 일본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관계다. 이제 남북한이 통일된 대한민국은 아직 미·중과의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러시아와도 동맹을 맺었다. 그때 크램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각하, 아시아가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요동을 치고 있군요.”

따라 일어선 서동수를 향해 크램프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환한 웃음이다.

※ 문화일보는 소설 ‘서유기’의 글과 삽화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털 상에서 블로그 등에 무단 사용하는 경우 인용 매체를 밝히더라도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