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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박해 심해질까 우려속
씩씩하게 인생 개척해나가는
유색 공주 ‘모아나’에 공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의기소침해 있는 미국의 여성과 이민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디즈니 만화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을까?

허핑턴포스트와 여성전문 사이트 버슬(www.bustle.com)에 따르면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이민자와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 사회적 약자들은 차별과 박해가 심해질까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여성들도 최초 여성 미국 대통령 탄생 실패에다 각종 성 추문을 일으킨 트럼프 당선으로 실망한 상황이다. 버슬 등은 이들이 23일 개봉한 디즈니 만화영화 ‘모아나’(감독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사진)를 통해 위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모아나가 기존 디즈니의 전형적인 공주 만화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폴리네시아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만화영화는 저주받은 자기 부족의 섬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공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동안 디즈니 공주 만화는 공주가 왕자를 찾아가거나 왕자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공주와 왕자 간의 사랑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모아나는 전형적인 디즈니 공주 만화와 달리 왕자나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섬을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아나를 도와주는 반신반인 마우이가 나오기는 하지만 주된 역할을 모아나가 맡고 있다.

공동 감독인 머스커는 “우리가 전형적으로 써오던 이야기, 사랑하는 남자가 납치를 당하자 소녀가 구하러 간다는 내용을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3주간 모아나 관련 전설을 연구하다 초점을 모아나에게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아나 이야기에는 사랑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며 “위험에 처한 자기 세계를 구하려는 임무를 가진 소녀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에 맞추다 보니 모아나는 가녀린 기존 디즈니 공주들과는 달리 강인한 몸매를 지닌 공주가 됐다. 여성이나 이민자, LGBT 등이 모아나에게서 위로를 찾으려 하는 것도 모아나라는 캐릭터와 내용이 최근 미국 상황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저주받은 부족의 섬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사람이 폴리네시아 여성이라는 것이 트럼프 당선 이후 의기소침해진 여성과 이민자 등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