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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

캄보디아에 농산물유통센터
현지 첫 검역시설 구축키로

‘저돌적인 불도저에서 섬세한 개척자로.’

현대종합상사를 모태로 올해 첫 독립경영을 시작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22일 캄보디아 최초 농산물유통센터 건립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선 정몽혁(사진) 회장의 ‘자기발전’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불도저 같은 업무 추진력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정 회장이 이제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신중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캄보디아 농산물유통센터 사업 ‘서막’을 마련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2014년 캄보디아에 진출한 뒤 2015년 1월 현지 법인을 세워 망고 농장을 연 정 회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다가 비로소 지난 21일 양해각서(M0U) 체결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룹 계열인 현대씨앤에프가 현지 파트너인 마오레거시와 체결한 ‘검역시설을 포함한 캄보디아 농산물유통센터 건립에 관한 MOU’가 캄보디아 첫 검역시설 구축을 다뤘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가 남다르다. 정 회장의 철저한 준비성이 아니었다면 단순 농산물 상품화 이상으로 MOU 내용이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룹 관계자들은 말한다.

정 회장은 새 사업영역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구조도 재정비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신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씨앤에프를 현대종합상사로부터 분할 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씨앤에프 지분 12.25%와 현대종합상사 지분 19.37%를 매수했다.

재계에서는 그의 치밀한 경영 스타일을 ‘변신’으로 보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 씨의 외아들로 태어나 1993년 32세 나이로 현대정유와 현대석유화학 대표에 오른 그는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주유소 브랜드인 ‘오일뱅크’를 만들고 한화에너지(현 SK에너지 인천공장) 인수를 주도하는 등 선 굵은 경영 행보를 보였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쳐 2002년 경영악화로 현대정유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쓴맛도 맛봤다. 지금의 신중함에는 당시의 경험이 밑바탕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정 회장은 높은 성공 가능성보다 낮은 실패 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식량 사업을 새 먹거리로 낙점한 점 역시 이 같은 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룹 관계자는 23일 “농산업 특성이 급격히 바뀔 가능성은 다른 산업에 비해 크지 않다”며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는 농산업 특성이 정 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