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관용 경북지사가 지난 3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집무실에서 지방분권형 개헌과 원전산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 김관용 경북지사

원전 환영하는 주민 없어도 국가 성장동력확보 위해 필수
民航, 활주로 길이 등 변수많아… 물류이동 편한 곳에 선정돼야
지방자치분권 개헌이 바람직… 자치단체장, 개헌과정 참여를
최순실 게이트 분노 날로 커져… 지도자 탈당한다고 면책 안돼

인터뷰 = 윤경준 한성大교수·노성열 전국부장

지난 3일 경북 안동 경북도 신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관용 경북지사는 꽤 피곤해 보였다. 7일간의 아프리카 세네갈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에서 3건의 회의까지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인터뷰에 응했다고 참모들이 귀띔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윤경준 교수

김 지사는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지켜본 소회와 지방자치 개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최순실 사태에 대해 진보, 보수와 관련 없이 시국에 대한 아픔이 분노로 치닫고 있어 결단을 내릴 지도자가 필요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치현장의 원로로서 지방분권형 개헌은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최순실 사건이 진정되기는커녕 사태가 더 커지고, 자칫하면 새누리당이 쪼개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안의 중대성으로 봐서 사태가 지속되지 않겠나. 원래 정치가는 나라를 생각하고 다음 기회에 당선을 생각하는데,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흐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에서 20여 년간 쌓아온 경험에 비춰 어려울수록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 평소에는 국가가 잘 돌아가니 지도자가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힘들 때는 결단을 내릴 지도자가 필요하다. 탈당한다고 면책이 되는 게 아니다.”

―문화일보도 이번 사태 수습 방안으로 진상 규명과 처벌, 중단없는 국정 등 투 트랙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백성의 나라지 어느 정치인의 나라, 어느 지도자의 나라가 아니다. 자기가 맡은 동안 책임지고 일한 뒤 물러나야 한다. 정부가 기능을 못하면 국가를 걱정하는 국민이 해야 하는데 그러면 굉장한 혼란이 온다. 그래서 책임을 질 것은 빨리 져야 한다. 피한다고 될 게 아니다.”

―최순실 사건이 가라앉으면 개헌 문제도 나올 것 같은데 아이디어는 있나.

“지난 헌법을 만들 때는 독재를 막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이원집정부제나 대통령중임제 등 권력구조와 개헌 시기는 정치권이 판단하기 때문에 지켜보겠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자치분권형 개헌이다. 개헌 과정에 자치단체장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분권과 자치에 대한 확실한 헌법적 보장이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수도권 집중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구조적이긴 하지만 개발시대부터 형성돼 온 것이다. 이게 뿌리를 내렸다. 내가 조그마한 일을 하려 해도 많은 문제에 부딪힌다. 서울은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바꿔야 한다. 또 하나, 국회도 바뀌어야 한다. 나는 상·하 양원제를 주장한다. 이름이야 어떻든 현재는 지역 대표성이 하나도 없다. 농촌은 인구수를 따지면서 국회의원이 줄었다. 경북 2명, 전남 1명이 감소했다. 1인 1표의 등가성으로 따지면 가타부타할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면적이 넓은 지방에서도 중앙집권의 가치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국정이 재량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 대표성을 살려 양원제를 해야 한다.”

―중앙정치 차원에서는 분권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지방분권형 개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현장을 몰라서 그렇다. 미국에서 9·11사태가 났을 때 총책임자는 뉴욕소방서장이었다. 입이 닳도록 이런 얘기를 해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 우리나라 소방서장의 지휘능력이 부족하다면 훈련을 시켜야 한다. 사람을 수단으로 쓰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대신에 책임을 가미하면 되는데 아직도 그것을 겁내고 있다. 지방에 맡겨두는 데 대해 굉장히 불안해한다. 지방분권론자로서,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지방의 가치와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을 때 청와대에서 중앙-지방협력회의 구성을 시작했다. 어떤 형태든 논의가 시작될 것인데 광역단체장들이 ‘개헌에 이런 요소가 꼭 포함돼야 한다’고 확실하게 목소리를 낼 생각은 없는지.

“아주 중요한 지적이다. 그렇게 하겠다. 협의회 내 연구회가 초안을 업그레이드하고 공통 의견을 도출해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요구하겠다.”

―화제를 바꿔보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발은 진정 국면으로 가는 단계라고 봐도 되나.

“지금도 반대하는 사람은 격렬하게 반대한다. 나라를 위한 애국심에서,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규탄하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결국 주민들이 이해를 해줘야 한다. 무수히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고, 6·25전쟁 최후의 보루였던 경북은 호국의 현장이었다. 옛날부터 나라를 지켜왔던 역사적 자존심으로 주민들을 설득했다. 초기보다는 나라와 국방을 위해 걱정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해법이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

―원자력 관련 시설도 사드처럼 국가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산업적 측면도 고려하는지.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영원한 다툼거리다. 주민들도 원전을 환영하는 사람은 없다. 이왕 들어섰으니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낙후된 동해안 원전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원전 클러스터’를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원자력산업진흥원, 제2원자력연구원, 수출형 스마트원자로 실증 플랜트, 원자력 수소 실증단지 등의 설립이다.”

―경북으로 이전해야 할 통합 신공항(대구공항 및 K2 공군기지)을 두고 대구시는 시청 중심 반경 50㎞ 이내 배치 입장에 변함이 없다. 경북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있는데.

“군사공항 이전에 따른 소음피해 때문에 반대하는 주민이 있다. 군사공항은 국방부에서 추진하는 국가적 사안으로 변하지 않는다.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항공은 활주로 길이(3.8㎞ 이상), 항로, 이용객 등 변수가 많다. 민항이 오면 도시가 발전한다. 사람보다 물류 이동이 중요하다. 그래서 구미·포항·경산 공단과 대구 공단의 물류이동이 편리한 곳에 입지가 선정돼야 한다고 본다.”

정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프로필>

김관용(74) 경북지사는 현직 민선단체장 중 유일하게 6선이자 최고령이다. 1995년 민선 1기 구미 시장에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했고, 2006년 민선 4기 경북지사 이후 역시 3선을 꽉 채우고 있다. ‘직업이 단체장’이라 불리는 배경이다. 1961년부터 구미국민(초등)학교 교사로 5년간 재직하고 구미·용산 세무서장과 대통령 민정비서실 행정관을 역임한 후 줄곧 지방자치 일선에서 일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주관 민선 시장·도지사 ‘공약이행평가’에서 올해까지 4년 연속 최우수 등급(SA)을 받았다. 업무 추진이 저돌적이어서 공무원 사이에서는 ‘D.R.D.(들이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대구에 있던 도청사를 안동으로 이전한 것도 그의 뱃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경북지사 선거에서 모두 75% 이상 득표율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1942년 경북 구미 출생 △대구사범학교 △영남대 경제학과 △행시 10회 △민선 1∼3기 구미시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민선 4∼6기 경북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