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양현준 대전 연세모벨르의원 원장이 탈모환자와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

대전에 사는 직장인 신모(32) 씨는 최근 두피가 유난히 간지럽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탈모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남성형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신 씨는 속상한 마음에 겨울이 지나면 증상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문의했지만, 남성형 탈모의 원인은 계절과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한 해를 돌이켜보기 좋은 계절이 왔다. 낙엽이 지는 것은 수분 공급이 어려운 건조한 계절에 살아남기 위한 나무의 생존 본능으로,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다시 새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혹시 이맘때 어김없이 빠지는 머리카락도 봄이 오면 다시 자라날 수 있을까?

양현준 대전연세모벨르의원 원장은 “춥고 건조한 가을과 겨울에는 일시적으로 탈모 증상이 악화될 수 있지만, 계절이 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봄이 찾아온다고 해서 이미 빠져 버린 머리카락이 다시 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시기에 탈모가 진행된다고 치료를 미룰 것이 아니라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 원인에 따른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증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탈모 치료의 첫걸음=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의 모발이 탈락하거나 점점 얇아지는 증상을 말한다. 탈모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원형 탈모, 휴지기 탈모 등으로 나뉘며, 각 유형에 따른 치료법도 달라진다. 이 중 가장 흔한 유형의 남성형 탈모는 이마의 M자 부위에서 시작해 이마선이 점점 뒤로 후퇴하거나, 정수리를 중심으로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며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특징이 있다. 남성형 탈모는 유전적인 요인과 함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변환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물질에 의해 발생한다. 이때 DHT는 탈모 유전자를 지닌 환자의 모낭을 공격해 모발을 가늘어지게 한다. 흔히 모발이 빠지는 것만이 탈모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발이 가늘어지는 것도 남성형 탈모의 주요 증상이므로 평소보다 모발이 힘없이 가라앉거나 앞머리나 정수리의 모발이 뒷머리에 비해 가벼워진 느낌이 들 때도 남성형 탈모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만으로 호전 가능=탈모는 한 번 시작되면 의학적 치료를 하지 않는 이상 증상이 계속해서 악화하는 진행성 질환이다. 따라서 초기에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아 모발을 보존하고 더 이상의 탈모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남성형 탈모의 치료법에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 치료가 있다. 탈모가 육안으로 보기에도 훤히 드러나지 않는 초기에는 먹고 바르는 약제만으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입증받은 경구용 약제와 국소용 약제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 중 경구용 약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탈모를 유발하는 물질인 DHT로 변환되는 것을 차단해 탈모의 진행을 억제하며, 국소용 약제는 두피의 혈액 순환을 도와 탈모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단, 약물치료 효과는 치료를 시작한 지 1년 경과 시점에서 극대화돼, 이때 눈에 띄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므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중증 탈모에는 외과적 수술과 약물치료 병행해야=치료 시기를 놓쳐 이미 탈모가 육안으로 드러날 만큼 심하게 진행됐거나, 약물치료만으로 한계가 있으면 모발 이식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모발 이식수술은 탈모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의 모발을 탈모 부위로 옮겨 심는 수술로, 한 번 심은 모발에서는 더 이상 탈모가 일어나지 않고 영구적으로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탈모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이식한 모발이 아닌 기존 모발에서는 계속해서 탈모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탈모 진행을 막고, 수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수술 기법이 발전해 본인의 탈모 진행 정도와 증상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만큼, 수술 경험이 많은 전문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환자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방법 및 치료 시기 등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현준 원장은 “탈모는 진행 초기에 치료할수록 치료 예후가 좋은 만큼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의학적 방법을 동원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며 “초기 탈모는 약물치료만으로 증상 호전이 가능하고, 이미 탈모가 심하게 진행됐다 해도 모발 이식수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이른 시일 내에 전문 의료진을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