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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께서 린린을 초대하셨어요.”

안종관이 말하자 유병선이 입맛부터 다셨다. 오후 7시 반, 대통령 관저 대기실에 유병선과 안종관, 둘이 앉아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은 유병선은 청사에 있다가 지금 도착했다.

“할 수 없지 뭐.”

유병선이 힐끗 안종관에게 시선을 주고 나서 목소리를 낮췄다.

“요즘이 어떤 시대라고 미인계가 통하겠소? 분위기나 부드럽게 하는 역할이지요. 그리고 넘어가실 분도 아니고…….”

“그래도 복상사라도 하시면…….”

“에이, 여보쇼.”

눈썹을 모은 유병선이 안종관을 보았다.

“말씀 삼가쇼. 가깝게 모실수록 더 존중해 드려야지. 그러다가…….”

“그러다가 큰일 날 수가 있습니다.”

안종관이 말을 뱉는 바람에 유병선이 숨을 들이켰다. 둘은 서동수의 심복이다. ‘좌병선 우종관’이라는 소문은 신의주장관 시절부터 났으니 10년도 넘었다. 유병선이 정색하고 물었다.

“무슨 큰일이란 말요? 복상사라기보다 여자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려는 거요?”

“우리가 각하께 제대로 된 충고를 안 해드린 것 같지 않습니까?”

안종관이 지지 않고 되물었다. 유병선의 시선을 받은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난 오늘 작심하고 각하께 여자 문제를 말씀드릴 겁니다.”

“아니, 오늘 같은 날…….”

“글쎄, 오늘 같은 날 중국에서 보낸 밀사하고 어떻게 되신다면 분위기가 깨지는 것 아닙니까?”

“무슨 분위기 말이오?”

“왕춘이 말합디다. 기세(氣勢)라고, 그 기세가 색향(色香)에 흐려질 것 같단 말입니다, 오늘은.”

“안 특보가 모호한 말을 쓰기 시작하네.”

투덜거린 유병선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어떻게 말씀드리려는 거요?”

“말 돌릴 것 없이 삼가시라고 할 거요.”

“허어.”

“그럼 아시겠지.”

그때 심호흡을 한 유병선이 안종관을 보았다.

“그 뒤처리는 나한테 맡기시오. 내가 목을 걸고 안 특보를 보호해드리지요.”

“지금 어디 계시지요?”

“8시에 파티가 시작되니까 서재에 계실 겁니다.”

전화기를 집어 든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부속실 정 비서한테 안 특보가 들어가신다고 연락하겠습니다.”

그러고는 10분 후에 안종관이 서재로 들어섰다. TV를 보고 있던 서동수가 머리를 들고 안종관에게 물었다.

“급한 일이라니? 뭐요?”

“여자 문제 때문입니다, 각하.”

어깨를 부풀린 안종관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중국이 린린을 보낸 것은 노골적인 미인계입니다. 각하, 멀리하셔야 합니다.”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여자를 좋아하시는 각하께 호의를 보인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주면 받지 않겠느냐는 비웃음도 포함돼 있을 것입니다.”

“…….”

“동북 3성을 개방하는 것은 역공입니다. 엄청난 인력자원으로 한랜드와 한반도, 유라시아 로드까지 물들이겠다는 작전입니다.”

“그래서 빨려 들어간 척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되물었던 서동수가 곧 길게 숨을 뱉더니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럼 참지 뭐, 안타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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