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재호 ㈜카네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쿨럽스 피팅’ 매장에서 드라이버에 끼운 샤프트를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골프유통업의 대부 신재호 ㈜카네 회장

골프 용품업계에서는 신재호(56) ㈜카네 회장을 ‘카멜레온’이라고 부른다. 지난 30여 년 동안 신 회장이 직접 손을 댄 골프용품 브랜드가 10여 개가 넘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신 회장은 1984년 미국 유학 시절 친척이 운영하던 뉴욕의 골프숍에서 아르바이트한 게 인연이 돼 32년 동안 골프용품 유통업의 대부로 군림해왔다.

신 회장을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카네 본사에서 만났다. 이곳엔 미국 최대의 골프채 피팅 브랜드 ‘쿨 클럽스’와 지난 6월 론칭한 신개념 클럽 ‘PXG골프클럽’ 한국 본사가 있다.

군에서 전역한 뒤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던 신 회장은 이모부가 운영하던 ‘뉴욕골프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회계학을 전공했던 신 회장은 이후 한국에 들어와 골프채 유통업에 손을 댔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뉴욕골프’라는 상호로 미국 전역에서 14개의 대형 골프숍을 운영하며 미국 용품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빅 바이어’로 통했다.

몇 개의 골프채 브랜드를 수입하던 신 회장은 2004년 ‘클리블랜드골프’, 2007년 ‘에코 골프’와 ‘아담스 골프’ 등을 국내에서 차례로 론칭했다. 이후에도 레이저 거리측정기 ‘부시넬’ ‘쿨 클럽스피팅센터’ 그리고 최근 독특한 생김새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각광받는 PXG 클럽까지 들여왔다. 골프는 거리의 게임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렇기에 샷을 할 때마다 거리를 파악해야 다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거리를 알면 골프가 훨씬 더 쉬워진다고 판단해 시장 점유율 80%로 1위인 ‘부시넬’을 국내에 들여왔다. 정교한 골프를 위해선 프로처럼 100% 클럽을 피팅해야 한다고 믿는 신 회장은 아마추어 역시 이런 흐름을 탈 것이란 견해를 갖고 피팅 클럽 시장에 진출했다.

신 회장이 골프 브랜드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건 미국에서 30년 동안 업계에 몸담으며 쌓은 경험과 인맥 덕분이다. 세계 골프용품 시장 3위로 성장한 한국은 미국 용품사의 관심을 받아왔고, 한국 진출을 위해 미국 내 업체들이 앞다퉈 신 회장을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신 회장은 이런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먼저 접했고, 여러 차례 골프 브랜드를 갈아탈 수 있었다.

신 회장은 학생 시절 부친을 따라 골프장을 오가며 골프에 눈을 떴다. 그리고 미국 유학 시절 골프를 본격적으로 익혔다. 뉴욕골프에서 함께 아르바이트하던 이상현 캘러웨이골프 코리아 대표가 신 회장의 ‘스승’이 됐다.

이 대표는 신 회장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주니어골프선수 출신으로 골프 구력이 월등히 앞섰고, 기량도 ‘싱글’이었다. 신 회장은 “미국에서의 첫 라운드는 필라델피아 인근 골프장에서 이뤄졌는데 스코어는 90대 중반에 그쳤다”며 요즘엔 70대 초반 스코어를 거뜬히 유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전반에 2언더파였다가 후반에 3오버파를 남겼단다.

신 회장의 베스트는 3언더파 69타. 2언더파는 7∼8회 정도, 1언더파와 이븐파는 수십 차례나 된다.

3년 전 경기 광주시 이스트밸리골프장에서 열린 B수입자동차 프로암대회에서 홍진주 프로와 동반해 버디 4개에 보기는 1개, 나머지는 모두 파를 기록했다. 80대 초반은 1년에 1∼2차례, 주로 시즌 초에 나온단다. 신 회장은 “평균 주 1회 라운드를 소화하기에도 바쁘다”며 “연습장은 거의 가지 않고 연습장 가는 날은 신제품 테스트할 때뿐”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에겐 40대 시절이 전성기였다. 미국에서 클럽챔피언에 4차례 도전했지만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뉴욕의 로클랜드골프클럽 챔피언에서 3일 동안 합계 1오버파를 남겼다. 이 정도면 챔피언감으로 손색이 없지만 운이 없었다. 클럽챔피언에 20여 차례 올랐던 고수가 출전했고, 신 회장은 그에게 5타 차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신 회장은 더 이상의 도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챔피언의 꿈을 접었다.

신 회장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올해 초,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만 50세 이상의 프로들과 경쟁하는 시니어투어가 그것이다. 올 초부터 몸을 만들며 운동에 매달렸지만 두 달 만에 포기했다. 평소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무리한 탓에 왼쪽 회전근개가 파열됐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인해 백스윙조차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240m이던 드라이버 비거리는 이젠 210m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부상은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조심스럽게 휘두르다 보니 샷 실수가 크게 줄었고 아이언 거리는 오히려 10m 이상 더 나간다. 그래서 스코어는 부상 전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한 라운드 샷 이글을 두 번이나 경험했지만, 홀인원은 아직 없다.

신 회장은 “이제 첫 번째 목표는 20∼30년이 지나서도 건강하게 좋은 친구들과 골프장을 오가는 것”이라며 “국내 모든 골프장을 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한 골프 잡지사의 ‘10대 골프장’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신 회장은 “국내 500개 골프장 가운데 지금까지 120개 골프장을 다녀봤다”며 “처음 간 골프장에 대한 평가는 스코어 카드에 메모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장비를 훤히 꿰뚫고 있으며 장비 선택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회장은 “골프채는 아주 단순해 부품이 헤드, 샤프트, 그립 3개뿐인데 전체 성능의 70%는 샤프트가 차지하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샤프트를 고르는 게 스코어 향상의 지름길”이라며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찾으면 10∼15m를 더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