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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생각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듯한데.

“민주주의 후퇴 현상이 뚜렷하다. 특히 아시아에서 후퇴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쇠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 하면 조금 복잡해지는데, 우선 정부가 민주주의를 견지하지만 정부 운영이 아주 비민주적으로 이뤄지는 태국과 같은 나라가 있다. 한국의 경우 민주주의 국가지만, 그간 표현의 자유는 지속적으로 후퇴해 왔다. 진보적인 정부에서조차 언론에 대한 개입, 언론인들에 대한 겁주기 현상이 지속됐다고 생각한다. 관점에 따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정치학자로서 나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민주주의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나는 역전이라기보다 비시민적 양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본다. 시민들의 비시민적 표현 행태가 많아지면서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게 문제다.”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솔직하게 말해 앞으로 시민들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경우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5% 수준으로 떨어졌고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의 시민사회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게 될 것이다. 주말마다 서울에서 열리는 시위를 통해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과 열기를 어떻게 진전시켜 갈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1987년 서울 민주항쟁처럼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버클리 캠퍼스에서 공부한 지식인답게 일관되게 진보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가? (웃음) 그렇지만 나는 ‘피플스 파워’(민중의 힘)에 대해 늘 긍정적이지는 않다. 피플스 파워는 평화적으로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 민주항쟁 때 명동에 모인 수많은 시민을 보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를 느꼈다. 이번에도 촛불시위 속에서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할 것인가 내려와야 할 것인가가 결정될 것이다.”

―서울 민주항쟁에 참여했던 20∼30대 젊은이들이 이제 50∼60대가 돼 촛불시위에 자녀들과 함께 나오고 있다.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던 그 젊은이들이 장년층이 됐는데, 그들이 이번 촛불시위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특히 내년은 한국의 민주화 30주년을 맞는 해인데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인들이 한국의 시민 민주주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한국의 정치체제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