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6일 조은희(왼쪽 두 번째) 서울 서초구청장이 강남대로 주변 노점상 현장을 방문, 실태를 둘러보고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서초구 제공

- 서초구 불법노점상과 ‘相生’

강남대로서 점용료 내고 영업
“언제 쫓겨날지 몰랐는데 안심”
구청장, 면담·설득 해법 찾아
노점상 사라진 자리 화단 조성

“언제 철거당할지 몰라 가슴 졸였는데 이젠 푸드트럭에서 점용료를 내고 맘 편히 장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대로 주변에서 20년 넘게 노점상을 하고 있다는 김모(60) 씨는 서초구가 푸드트럭 활성화 방안과 연계해 추진 중인 노점상 대책을 크게 반겼다. 김 씨는 이날 현장을 찾은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구청 관계자들에게 막무가내식 정비가 아닌, 대안을 제시한 상생의 노점상 대책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서초구가 추진하고 있는 불법노점상과의 상생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구는 강남대로변의 불법노점상을 정비하는 대신, 푸드트럭(또는 부스형 판매대)으로 전환해 이면도로에 배치키로 했다. 지난 8월부터 이달 초까지 노점상들과 15회에 걸친 면담과 실태조사를 거쳐 푸드트럭으로 바꾸고 약 50만~200만 원의 연간 점용료를 내도록 설득했다. 이에 따라 총 43개소 노점상 중 38개소가 푸드트럭 허가 신청을 마친 상태다. 구는 이제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영업하게 된 이들을 위해 푸드트럭 존에 전기시설과 지주간판, 바닥 시트지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구는 강남역 7~8번, 9~10번 출구 사이 뒷길에 15대, 강남대로 뒤편 이면도로에 10대의 푸드트럭 구역을 지정한다. 나머지는 고속터미널·방배·교대·양재·매헌역 등 역세권에서 푸드트럭을 배치해 영업하도록 한다. 노점상이 사라진 자리에는 화단, 벤치 등을 조성키로 했다. 그만큼 보행권이 확보되고 거리 환경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구는 11월 말까지 5대가량 시범운영을 거쳐 12월 중 트럭 제작이 완료되는 순서대로 영업하게 해줄 방침이다.

이번 노점상과의 상생정책은 취임 이후 줄곧 따뜻한 ‘엄마행정’을 펼치고 있는 조 구청장의 구정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십수 년 넘게 장사를 해온 노점상을 무작정 강제철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서로 윈윈하는 지혜를 모색한 결과라는 평가다.

서초구는 또 청년실업 해소 등에 기여하는 푸드트럭 활성화를 위해 장사가 안 돼도 이동할 수 없는 특정장소를 지정하는 대신, 순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푸드트럭 존도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노점상에 대한 무작정 밀어붙이기식 철거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업형이 아닌 생계형 노점상이 먹고살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하며 상생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