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동진은… 악역 제의에 “난 목사”… “‘죽는 날까지 일하자’가 나의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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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에서 은퇴한 후 다시 배우로 돌아온 임동진은 최근 한 영화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복귀를 축하하며, 새 영화에 출연해 달라는 제의였다. 그는 대본을 다 읽어 본 후 “내가 목사요”라는 말로 캐스팅을 거절했다. 온갖 비리를 일삼는 악독한 재벌 회장 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는 배우 이전에 목사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스스로 불편한 배역이 생겼고,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간 ‘토지’ ‘빙점’ ‘몽실 언니’ ‘대조영’ 등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임동진은 “돌이켜 보니 과거에도 악역은 잘 맡지 않았다. ‘왕과 비’에서 세조 역을 했지만, 악하다고 폄훼하긴 복잡한 인물이다”고 말했다. 한때 한국 영화가 대부분 에로영화였던 시절 임동진은 ‘애마부인’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그때에도 여주인공의 남편 역이었지, 바람난 남자는 아니었다”며 웃었다.

그가 평생 캐릭터를 신중하게 살펴 고른 데엔 아내의 영향이 크다. 애마부인 출연 당시 한 교회 권사님이 집에 전화해서는 ‘당신 남편은 예수를 믿는다면서, 어떻게 그런 야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느냐’고 아내에게 항의를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망신스럽다며 울었는데, 저는 ‘아니 권사님이 왜 그런 야한 영화를 보셨느냐’고 반대로 화를 냈죠. 하하. 그런데 그 일을 계기로 충무로를 떠나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한참 ‘잘나가던’ 때였는지라, 충무로엔 별의별 이야기가 돌았다. ‘돈 많이 벌어 배부르다’는 게 주된 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내는 내가 출연한 영화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며 “크리스천으로서 가족에게 누가 되는 배역은 맡지 않아야겠다고 한 것뿐”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가 아니라 지금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요즘은 정말 훌륭한 한국 영화가 많잖아요. 나도 더 멋지고 좋은 역할을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한동안 영화계를 떠나 있던 그는 주기철 목사의 순교한 아들 이야기를 다룬 ‘하늘 가는 밝은 빛’이라는 영화를 통해 충무로에 돌아왔으며 ‘새벽을 깨우리로다’ ‘무거운 새’ ‘좁은 길’ 등 다양한 기독교 영화에 출연했다.

목회를 마친 후 다시 무대로 돌아온 다음에 이어진 두 작품은 모두 가족에 대한 것. 현재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공연 중인 ‘아버지의 선물’은 부인이 떠난 후 남편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에게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해 40일 동안 함께 살며 인생을 정리하는 이야기다. 임동진은 “죽는 날까지 일하자는 게 내 신조인데, 정말로 주인공이 떠나는 날까지 일을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12월 31일까지이며, 박인환과 한기중이 같은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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