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프랑스 대표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 연출도 겸하고 있는 다니엘르 톰슨 감독은 74세의 나이에도 섬세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6번째 연출작인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에서 화가 폴 세잔과 소설가 에밀 졸라의 우정과 갈등을 담담한 톤으로 그려냈다.

프렌치 시네마 투어 訪韓 ‘…세잔’ 다니엘르 톰슨 감독

이미지 크게보기 영화 ‘라붐’.

“소피 마르소는 엄청난 발견이었어요. 언젠가 그와 작품을 같이 할 거예요.”

1980년에 개봉해 흥행 성공을 거두며 주연 배우 소피 마르소를 일약 스타로 만든 영화 ‘라붐(La Boum)’의 각본가 다니엘르 톰슨 감독은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마르소는 여전히 아름답고, 소녀 시절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그와 다시 호흡을 맞출 날을 기대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일 개막한 ‘프렌치 시네마 투어 S.T.Dupont 2016’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한국에 온 톰슨 감독은 1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라붐은 내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라며 “당시 80세이던 어머니가 사춘기 손녀에게 조언해주던 모습을 떠올리며 방황하는 딸과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라붐 외에도 ‘유 콜 잇 러브’ ‘여왕 마고’ 등의 각본을 쓴 그는 1999년 ‘크리스마스 트리’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제작자들과 아버지(‘파리 대탈출’의 제라르 오우리 감독)가 ‘네 영화를 찍어보라’고 권유했지만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어서 감독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근데 어느 시기부터 제가 쓴 각본이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의구심이 들었어요. ‘내게 모든 결정권이 있다면 캐스팅과 음악, 로케이션을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크리스마스 트리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연출도 하게 됐어요. 즉흥적인 결정이었고, 그 영화가 성공하지 못했으면 다시는 연출을 안 했을 거예요.”

크리스마스 트리가 좋은 반응을 얻은 후 ‘프렌치 키스2’ ‘파리의 연인들’ 등의 각본과 연출을 병행해온 그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화가 폴 세잔과 소설가 에밀 졸라의 우정을 그린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을 자신의 6번째 연출작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세잔과 졸라가 절친한 친구로 지내다가 갈등을 겪으며 갈라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오는 12월 국내 개봉한다.

“각본만 쓸 때는 다양한 이야기를 펼쳤는데 감독이 돼 코미디 영화로 성공을 거둔 후 계속 비슷한 작품만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15년 전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세잔과 졸라의 이야기를 꺼내 3년 전부터 두 사람에 관해 사전 조사를 시작했어요.”

세잔과 졸라의 30년 우정에 금이 간 건 졸라가 1886년 쓴 소설 ‘작품’에 실패한 화가의 인생을 그렸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감정 기복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우정이 쌓이다 보면 감정이 틀어져도 말로 하지 않고, 침묵으로 대신하죠. 실제로 세잔과 졸라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대부분 그냥 넘겼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두 사람의 입에서 나왔을 법한 말들을 상상해 영화에 넣었어요.”

톰슨 감독은 실제로 세잔이 살았던 엑상프로방스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엑상프로방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에요. 세잔이 이젤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렸던 장소와 그가 걸었던 길, 졸라의 집 등 모두 실제 장소에서 촬영했어요.”

그에게 ‘프랑스 영화산업의 퇴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정색을 하며 “프랑스 영화는 여전히 건강하게 굴러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할리우드 영화 비중이 커졌지만 프랑스 영화는 미국 영화와 싸우며 잘 버티고 있어요. 투자받기가 어려워지긴 했지만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