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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선수 유승민은
올림픽서 금·은·동 모두 차지

유승민(34) IOC 선수위원은 한국 탁구의 대들보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당시 세계 1위였던 중국의 왕하오를 4-2로 누르는 이변을 연출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1988 서울올림픽(유남규 남자단식, 현정화·양영자 여자복식)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탁구에서 나온 금메달이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 은메달까지 획득하며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차지했다. 화려했던 현역생활을 마감한 건 2014년 6월.

유 위원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뽑아 달라’는 주문에 “단연 아테네올림픽 결승전”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워낙 중국의 벽이 높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경기였고,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시원시원하게 잘 싸웠던 것 같다”며 “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됐을 때보다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의 기쁨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크다”고 덧붙였다.

왕하오는 잊을 수 없는 존재. 유 위원은 “이제 모두 은퇴해 각자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며 “2004년 당시 언론에서 왕하오와 유승민이 향후 10년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이제 10년도 더 지났고 둘 다 나이를 먹어버렸다”며 웃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한국 탁구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그는 리우 현지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한편 후배들을 응원했다. 유 위원은 “노메달은 결과적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채찍질”이라며 “남녀 대표 6명 중 5명이 올림픽 첫 출전이었으니 세대교체는 잘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자부의 정영식과 이상수가 눈에 띈 건 수확. 유 위원은 “정영식과 이상수는 부천 내동중학교 후배”라며 “2004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했을 때 두 사람이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었다”고 기억했다. 중학생이던 정영식은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유승민 선배를 닮고 싶다”고 말했고, 이제 유승민의 뒤를 이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 위원은 “정영식과 이상수 모두 탁구밖에 모르는 노력파이기에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정말 ‘사고’를 칠 것”이라고 장담했다.

유 위원은 리우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난 선배 주세혁을 치켜세웠다. 대표팀과 삼성생명에서 유승민은 코치, 그보다 2년 연상인 주세혁은 선수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독일과의 3∼4위 단체전에서 주세혁 선배의 플레이를 보는데 눈물이 났다”며 “마지막 올림픽에서 까마득한 후배들과 함께 비지땀을 흘려준 주세혁 선배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제 IOC 선수위원이란 중책을 맡았지만, 탁구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유 위원은 “탁구는 올림픽에 많은 메달이 걸려 있지 않고 비인기 종목이지만, 다시 한번 한국 탁구가 부흥하고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수이자 코치, 선수위원인 유승민은 팬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을까. 유 위원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사람으로 유승민을 기억해 주신다면 정말 영광일 것 같다”며 “선수 시절 ‘독사 유승민’으로 불렸다면 이제는 ‘푸근한 유승민’으로 불러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