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소동과 ‘대통령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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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바탕 법석이 벌어졌다. 문체부가 난데없이 야생화를 관광의 주요 자원으로 삼아 관광 활성화를 꾀하겠다며 동분서주했다. 담당 부서는 물론이고 인접 부서와 한국관광공사 간부까지 앞다퉈 야생화 명소로 출장을 떠났고, 야생화 관련 여행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이유는 단 하나. 야생화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라는 것이었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린 야생화 특별전시회가 박 대통령의 관심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즈음이었다. 야생화뿐만 아니었다. 박 대통령의 대학졸업 논문의 주제였다는 전통주의 관광 자원화 사업 역시 문체부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문체부가 추진했던 야생화 관광 자원화 사업이 뜬금없었던 것은 그간 정책과의 맥락이 없기도 했지만, 보호해야 할 야생화 서식지를 대중적인 관광지처럼 공개하겠다는 것 때문이었다. 개체보호와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야생화 서식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산림청도, 심지어 야생화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서식지는 비밀이다. 야생화 서식지는 수많은 사람의 발자국으로 다져야 하는 곳이 아니라, 감춰둔 채 보호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들을 관광객들로 빽빽하게 채우겠다는 발상이라니…. 보다 못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그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조언했지만, 관료들은 ‘무조건 해내야 한다’며 밀어붙였다. 속전속결. 야생화 관광 자원화 지역 10곳이 선정됐으며 야생화 서식지로의 여행이 권장됐다. 이 사업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느낀 건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간의 경직된 소통구조와 실무자들에게는 전혀 주어지지 않는 재량에 대한 것이었다.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견을 보태는 것조차 금기였다. 하기야 의도를 헤아리지 않으면 항명으로 간주되고 ‘나쁜 사람들’로 찍혀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사표를 내야 하는 형편이었으니 왜 안 그랬을까. 그리고 그게 어디 관광 분야에 한정된 일이었을까.

문체부는 지금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이 제기된 문제 사업의 전면 재점검과 인사 및 추진 절차 등을 정밀 검증하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사업에 대한 엄밀한 검증이 최우선이지만, 이참에 실무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린 이런 ‘불통’ 정책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한편으로 덧붙이는 우려 하나.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정부가 추진해온 정책 전반이 송두리째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대표해 온 ‘창조’니 ‘융합’이니 하는 단어들이 가장 먼저 철퇴를 맞을 것 같아 하는 얘기다. 문체부와 관광공사의 사업 중에 창조관광 사업이 있다. 오해하기 쉽지만 창조관광 사업은 박근혜정부 출범 두 해 전에 시작됐다. 관광산업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접목해 새로운 가치와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출범한 사업이다. 아직 만족할 만한 건 아니지만 6년째 계속돼 온 이 사업은 관광 벤처를 지원하고 발굴하는 데 적잖이 기여해왔다. 특혜사업은 철저하게 가려내되 그 과정에서 선의의 정책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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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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