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이 인터뷰를 마치고 문화일보 사옥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최근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며 제주지사 시절 제주도 발전에 관한 일화 등을 소개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국정 대혼란 사태는 막아야
마지막 기회… 힘 실어줬으면”

해군제독 시절 박정희 대통령(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 의해 제주지사로 전격 발탁된 뒤 역대 최고의 제주지사로 괄목할 성과를 거둔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의 업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 지도자의 인재 발굴과 적재적소 인재 기용 역량이 정권의 운명과 국가 미래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기간 보여준, 신중하고 안목 높은 인재 발굴 방식은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 등 무리한 측근 인사 기용으로 국가적 위기를 자초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운용 방식과 비교된다.

김 전 총장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으로 곤경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마음을 열고 지금이라도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하야시켜 국정의 대혼란을 초래하기보다 난국을 지혜롭게 수습해 안보와 국정 위기를 잘 극복하는 마지막 기회를 갖도록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이 박정희 대통령과 처음 만난 것은 1958년 경남 진해 해군함대(현재 함대사령부) 참모장(대령) 시절이다. 당시 박정희 장군은 준장으로 진해에 있는 육군대학 학생으로 교육을 받고 있었다. 박 장군의 가장 가까운 후배이자 김 전 총장과 친한 강태민 장군도 교육을 받았는데 강 장군의 소개로 박정희 장군 가족을 가끔씩 관사로 초청하고 여름이면 인근 섬인 저도로 가서 해수욕을 즐겼다.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을 일으키기 전 온 가족이 저도를 처음 방문한 기억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5·16을 며칠 앞두고 강 장군이 암으로 사망했는데 장례위원장이 박정희 소장이었다. 김 전 총장은 5·16 군사정변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

김 전 총장은 “제주도는 사단이 없고 해군기지사령관이 있었지만 장군이 아니라 대령이어서 보직이 없는 장성 중에서 적임자를 물색하던 중 해군 준장으로 국방연구원에서 교육을 마치고 보직대기 중이던 제가 본의 아니게 제주지사 발령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도지사를 맡는 대신 군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김 전 총장의 고향은 강원 김화군으로 8·15 해방 직전 서울로 와서 진로를 고민하던 중 서울 종로2가 YMCA 건물 벽에 해군사관학교 1기 생도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을 결심하게 됐다. 성적 우수자는 미국유학을 보내준다는 조건에 반해서다.

제주지사 시절 박정희 의장은 전국 시·도 초도순시 대상지로 제주를 처음 방문하는 등 민정 이양 전까지 제주도를 3번이나 방문하며 큰 관심을 표명했다. 제주도에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한라산 제1횡단도로(5·16도로) 공사는 박 의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전 총장은 제주지사 시절 제주도에 길의 혁명·물의 혁명을 일으켜 제주도 발전의 기초를 닦았고 제주 관광을 산업으로 일으킨 제주도 발전의 설계자로 평가받았다. 김 전 총장은 한라산 횡단도로 건설을 위한 장비 이송을 위해 해군의 도움을 얻어 상륙함(LST)을 이용했다. 또 제주도 출신 재일교포 자본을 들여와 제주도 최초의 현대식 호텔인 제주관광호텔을 건립했다. 큰 암초로 인해 제주항에 대형 여객선이 입항하지 못한다는 보고를 받고는 해군에 특수전전단(UDT) 수중폭파대 지원을 요청, 암초를 제거함으로써 3000t톤급 대형 선박이 제주항에 입항할 수 있게 하는 등 제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제주 출신 장시영 삼남석유 회장은 “김 전 총장은 참 군인이기도 하지만 엘리트 신사였고 열정이 가득한 행정가이면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라며 “그가 제주지사 시절 이룬 업적은 지금의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 덕분에 김 전 총장은 도지사로 재직하던 1963년 2월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했다. 박 의장이 직접 계급장을 달아주는 특전을 누렸다. 해군 복귀 후 진해 해군통제사령부 시절 대통령 별장과 공관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아 박정희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해군은 그의 업적을 기려 올해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인근 민·군 복합문화센터를 김영관센터로 명명했다. 제주해군기지 출범 과정에서 생긴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제주도민과 해군 장병의 상생을 이루기 위해 제주도민이 가장 존경하는 제주지사인 김 전 총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