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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국보급 및 국가 ·시도 지정문화재 도난·도굴사건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문화재 사범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도난 문화재를 장기간 은닉했다가 장물로 매매하는 경우가 많아 문화재도난방지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3일 문화재청과 각 시도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도난당한 문화재는 2만8155점에 달하고 있으나 회수율은 17.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난당한 문화재가 2010년 4472점에서 2011년 4189점 ,2012년 685점으로 급격히 줄었다가 2013년 40점, 2014년 177점, 2015년 510점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도난당한 281점 중 227점(80.8%)을 회수했지만 시도지정문화재의 경우 도난당한 2011점 중 649점(32.3%)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전국 국보·보물 문화재에 설치된 CCTV 1057대 가운데 453대(43%)가 노후화되거나 저화소(41만 화소)여서 도굴범 얼굴과 차량번호 등의 식별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산성사적지와 사찰, 고택 등에서 삼국시대 도기와 고려청자 등 문화재를 도굴한 도굴범 A모(59) 씨와 동의보감 초간본을 판매한 문화재 매매업자 B모(60) 씨, 도난품인 국보급(보물1906호) 대명률을 매입 보관한 D모(67 )박물관장 등 18명을 검거, 특수절도 및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국보 제319호와 동일 판본인 동의보감 22권 등 이들이 절취하거나 은닉한 문화재 3808점을 회수했다.

A 씨는 지난 2001년 충청도지역 산성 등 유적지와 문무관 묘, 고택 등에서 삼국시대 도기 86점과 고려청자·도자기류 312점 등 문화재 562점을 도굴한 후 자택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명사찰 스님출신인 B씨는 지난 1999년 절도범 C 씨로부터 동의보감 25권을 매입, 지난 2001년 사찰에 동의보감을 2000만 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양주경찰서는 최근 인적이 드문 야간에 크레인을 동원해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 묘 앞에 설치된 문화재 석상 4점을 훔친 혐의(특수절도 등 )로 이모(59)씨를 구속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고서 등 보물급 문화재를 절도 공범에게 훔치도록 교사한 후 훔친 문화재를 가져가 장기간 은닉한 강모(62) 씨를 절도교사 및 장물취득,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도난된 고서를 고가에 팔기 위해 집에 몰래 숨겨놓은 김모(72) 씨와 지석(誌石)을 골동품 시장에 내다 팔려고 한 남모(69) 씨 등 1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 씨는 지난 2009년 3월 전북 익산시 웅포면의 한 고택에서 문화재 절도범 오모(63) 씨에게 고서와 현판 30여 점을 훔치도록 교사한 후 이들 문화재를 가져가 전주에 있는 친구 사무실과 자택에 숨겨놓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경북에서 골동품상을 운영하면서 수년 전 구입한 ‘성리대전서절요(보물 제 1157호)’ 판본 책 4권 가운데 1권과 선묘보감 1권을 지난 8월까지 집에 몰래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01년 10월 고양시 공양왕릉(국가사적 191호)이 전문도굴꾼들에 의해 도굴된 이후(문화일보 2001년 12월 8일자 참조) CCTV감시 및 관리가 강화되자 도굴범들이 감시가 소홀한 사대부 묘와 고택, 사찰, 산성 등을 대상으로 문화재를 도굴·절취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정부=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