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호송차 타는 최순실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후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차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콘크리트 지지 노년층 균열
“朴, 진실 규명 직접 나서야”

“박통 딸이니까 잘할 줄 알고 뽑아놨더니만….”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까지 수십 년 동안 흔들림 없이 지지층을 형성해 왔던 노년층이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박정희 향수’에만 기대어 끝까지 믿어주기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새마을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힌 민모(여·82) 씨는 2일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청렴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는데 최순실 의혹사건이 터졌다”며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노년층이 가장 실망한 부분은 박 대통령이 아무 직책도 없는 민간인 최 씨와 ‘국사’를 논하고, 그에 따라 국정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점이다. 파독간호사협회 소속 정모(여·67) 씨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북한에 돈을 준다고 욕했는데, 인제 보니 박 대통령은 ‘엉뚱한 여자’에게 돈을 퍼주고 있었다”고 탄식했다. 유모(66) 씨도 “박 대통령이 아무런 국정 경험도 없는 민간인에게 놀아났다는 것에 놀랍고 실망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모(81) 씨는 “이전 대통령들보다는 나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만도 못한 것 같다”며 “그야말로 나라 망신”이라고 혀를 찼다.

노년유니온과 노후희망유니온 등 노인단체 회원들이 전날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모여 박 대통령 하야와 검찰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배신감’이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무너뜨렸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 정도의 노년층, 대구·경북(TK) 주민 등 콘크리트 지지층도 완전히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국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 여성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등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이유와 기대감이 모두 무너졌기 때문에 지지자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수민·김현아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