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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충남 부여 왕흥사지에서 출토된 치미 조각. 문화재청 제공

왕흥사지서 1400년 전 유물
中·日보다 약 1세기 정도 앞서
2년간 133조각 출토 뒤 복원

새가 꼬리세워 비상하는 모습
‘세계유산 백제’서 출품·전시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백제 왕흥사지(사적 제427호)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치미(치尾·지붕 장식기와)가 2점 출토됐다. 왕흥사지 창건(577년) 때 쓰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이나 일본 최고의 치미보다 1세기 정도 시대가 앞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왕흥사지에서 발굴해 복원한 백제 치미를 처음 공개했다.

치미는 동아시아 전통 건축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지붕의 장식기와로, 건물의 용마루 양 끝에 올려 건물의 위엄을 높이고 귀신을 쫓는 역할을 하는 부재를 말한다.

이번 치미는 지난 2000년부터 15차에 걸쳐 진행 중인 왕흥사지 발굴조사 중 14차(2013∼2014년) 때 나온 유물이다. 동쪽 승방(승려가 거주하던 곳) 터로 판단되는 건물지의 남북 양 끝에서 각 1점씩 출토됐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년간의 작업을 통해 남쪽에선 치미의 상부, 북쪽에선 하부를 복원했다. 전체적으로 133개의 조각을 끼워 맞췄다. 3D 기술을 적용해 남·북 치미를 별도로 복원한 이미지도 만들었다. 부여문화재연구소 측은 “이번 치미는 부소산 폐사지 치미, 미륵사지 치미 등 현재까지 알려진 고대 치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이라며 “중국 최고의 치미는 당(唐)대인 7세기 것이고, 일본도 7세기부터 치미가 나오고 있어 동아시아에서도 가장 오래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쪽 상부에 북쪽 하부를 더한 복원 치미의 크기는 높이 123㎝, 최대 너비 74㎝다. 마름모꼴의 꽃장식인 연화문, 구름문, 초화문 등이 매우 화려하고 전체적으로 꼬리 부분이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휘어져 있다. 마치 새가 꼬리를 세워 비상하는 듯한 모습이다.

문화재연구소의 양숙자 연구사는 “고대 건물지에서 용마루 좌우의 치미 1벌(2점)이 함께 출토된 것도 처음”이라며 “제작 시기와 문양에서 백제 최고 수준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출토된 치미는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세계유산 백제’에 출품돼 전시될 예정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