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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화여고 과학관·본관

문화재청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 있는 ‘배화여고 과학관 및 본관’(사진)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특별한 이의가 제기되지 않는 한 배화여고 과학관과 본관은 30일간의 예고기간을 거친 후 등록문화재로 확정된다.

국가 또는 시·도 지정 문화재는 무수히 많다. 등록문화재를 포함해 국가지정문화재(문화재청장이 지정)가 약 4500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시·도 지정 문화재까지 합치면 1만 건이 넘는다.

이 중에서 일반 여고의 건물이 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배화여고는 여성교육과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미국의 여성 선교사인 조세핀 캠벨이 1898년 서울 내자동에 설립했다가 1915년 현재 위치인 필운동으로 옮겨 지은 학교다. 과학관과 본관은 이 학교 내에 세워진 교사(校舍)로 약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과학관은 1915년 지상 2층으로 건립됐다가 1922년 지상 4층 규모로 확장됐다. 앞뒤에 출입구와 계단을 두고 그 양쪽으로 교실을 배치한 실내 구성이 독특한데 이는 외관에도 반영돼 특색을 자아낸다.

본관은 이보다 늦은 1926년 세워졌다. 1977년 개·보수한 후 원래의 의장 특징을 그대로 유지해 보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내를 밝게 하려고 창호를 넓게 내고 이를 위해 철근 콘크리트 상인방(上引防·상부를 가로지르는 석재)을 사용하는 등 건립 당시 새로운 건축 기법을 채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학관과 더불어 우리나라 근대 교육시설의 역사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학관과 본관 외에도 배화여고에는 등록문화재가 하나 더 있다. 제93호로 지정된 생활관이다.

생활관은 건립 초기 미국 선교사들이 주택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1971년에 미국 선교부로부터 기증을 받아 한동안 역시 생활관으로 활용됐다.

배화여고의 과학관 등은 한때 철거될 뻔했다. 지난해 6월 배화학원 이사회가 배화여고 옆의 배화여대 기숙사와 강의실로 쓰일 종합관을 신축하기로 의결하면서 철거가 계획됐다. 당시 기숙사 시설이 없어 지방 학생 유치가 어렵고 강의실까지 부족해 대학 평가에서 불리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철거 움직임이 학생과 학부모, 동문에게 알려지면서 문화재 등록 추진 운동이 일었고, 마침내 온전하게 보존하게 됐다.

배화여고엔 3개의 등록문화재 말고도 별관, 강당, 체육관 등 1950∼1960년대에 지은 오래된 건물이 더 있다. 둥근 지붕의 체육관은 1956년 세운 건물이다. 종교, 체육, 음악 활동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강당은 1959년 홍익대 김창집 교수의 설계로 신축됐다. 도서관과 별관은 각 1964년과 1969년에 세워졌다. 별관은 학급 교실로 쓰이고 있다.

오래된 건물 중에 가장 눈에 띄는 현대적인 건물은 학생식당이다. 지난 2011년 개관했다. 100년 넘은 근대건축물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배화여고 과학관과 본관, 생활관의 외관은 학교 문이 개방되는 시간엔 언제나 볼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사직공원 쪽으로 가다가 배화여고 표지판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된다. 사직공원부터 둘러보면 산책로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건물 내부가 보고 싶다면 배화여고에 미리 관람을 의뢰해야 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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