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오늘도 난 혼술을 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혼술이 달콤한 이유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혼술남녀’ 내레이션 일부이다. 1인 가구 500만 시대, 나홀로족이 넘쳐나고 있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고 술이나 밥을 먹기엔 마음의 여유도, 현실적 여유도 없다. 혼술혼밥은 하나의 문화를 넘어 우리네의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식당에는 일인형 탁자가 점점 늘어나고 독서실형 음식점도 생겨나고 있다. 또한 편의점 인스턴트 음식의 소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케이블에서 반향을 일으켰던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를 보면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어떻게 잘 해결하는지가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스턴트 음식은 바쁜 젊은이들의 음식문화로 자리 잡아 버렸다. 다만 이런 식생활의 변화는 신체와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반드시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신체의 균형추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균형추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동치는 생활 속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행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새로운 생활패턴으로 돌입하게 되면 신체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는다. 이 상태에서 다시금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기며 피로누적, 소화불량, 두통, 불면, 긴장성 근육통 등의 상황을 유발한다. 더 발전하면 신경과민, 면역저하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흔들리는 신체의 균형추를 안정적으로 조율하려면, 반복 행동을 통해 일정한 패턴을 몸에 다시 기억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몸의 기운을 조율해주는 약재를 가까이 두고 자주 복용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에 맞는 약재로는 오래 묵을수록 그 약효가 더욱 명확해지면서 신체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균형감 있는 약성을 가진 것이 좋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진피(陳皮)’가 이에 해당한다.

진피는 귤껍질을 말린 것으로, 맛이 맵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그 약성은 비위와 폐로 향해 정체된 기운을 순환시키므로, 소화기의 내부 장벽을 부드럽게 자극해 위액분비를 촉진하고,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대소변이 잘 통하도록 하고, 심폐의 답답함을 개선시키며 기관지의 가래를 없애주고 기도를 확장시켜 호흡을 편하게 한다. 이 때문에 추위를 잘 느끼고 자주 체하는 사람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 진피의 독특한 향기는 껍질 속 정유 성분인 ‘리모넨(Limonene)’이 만들어낸 것으로 이 성분은 모세혈관의 혈액 순환을 활성화시켜 신진대사를 개선한다.

귤은 농약이나 피막제를 사용하는 과일이어서 반드시 소금물에 잘 씻어서 말려야 한다. 또 구입 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6개월 이상 말린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차로 만들 때는 말린 귤껍질 20~25g을 찬물 1ℓ에 30분 정도 우려낸 뒤, 그대로 불에 올려놓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조절해 물양이 절반이 될 때까지 우려낸 다음 식혀서 마신다. 꿀을 첨가하면 향긋하고 달콤하게 즐길 수 있다. 진피는 감기에 걸렸을 때 차로 우려내 마시면 효과가 좋다. 평소에도 자주 마셔주면 비타민C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혼술혼밥의 시대인 지금 여유 있게 집밥을 먹기도 힘들거니와, 보존제로 얼룩진 인스턴트 음식에 비위가 상하고 몸도 차가워져 각종 소화기질환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잘 달래줄 수 있도록 오래 묵은 진피가 갖춘 약성의 균형감이 몸에 스며들게, 직접 만든 진피차 한 잔에 몸을 맡겨 보는 것은 어떨까.

임미림 차서레시피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