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등에 업은 ‘최순실 세력’의 국정 농단 의혹이 끝없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를 마치 사(私)조직처럼 주무른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과, 민간 기업을 강탈하기 위해 차관급 공직자까지 나서 조폭 수준의 공갈과 협박을 했다는 녹취록까지 나와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정부 부서의 인사·운영·정책이 이렇게 사적 의도에 휘둘린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할 만하다.

최 씨 측이 박근혜 대통령 역점 사업인 ‘문화융성’ 안과 예산을 1796억 원 규모로 짰으며, ‘문화융성 실행 보고서’ 등 5건의 문건은 제안서 형태로 제출된 것 같다고 TV조선이 보도했다. 정부의 기본 기능조차 무너져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 씨 핵심 측근이 제공한 문건이 그 근거다. 문화창조센터 건립 등 1125억 원 규모 5개 사업은 실제 진행되고 있다. 또 최 씨 측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포레카)를 인수한 한 중소 광고업체에 지분 80%를 매각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하고 대표이사를 “묻어버리겠다”며 살해 위협까지 한 녹취록도 나왔다. 미르·K스포츠재단 창립 전에 기업 광고를 싹쓸이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도 법질서도 없는 무법천지나 다름없다. 최 씨의 측근이자 의혹의 중심에 있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단장과 각별한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이 이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문체부 전체를 사조직같이 장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걸림돌이 되는 주요 간부들을 퇴진시키고, 차 씨 본인은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에 이어 창조경제추진단장, 차 씨 스승인 김종덕 홍익대 교수는 문체부 장관, 차 씨 외삼촌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각각 임명됐다.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이 “김 장관이 차 씨를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감독을 맡기라고 했다”고 한 증언이 뒷받침한다. 국정 유린에 대한 분노는 한계를 넘고 있다. 이렇게까지 국민을 우롱했던 역대 정부는 없었다. 철저히 규명해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국민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우선 관련 당사자들부터 당장 파직(罷職)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