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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날나리 왕세자지만 속은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치밀한 계략가로….

‘호적’(胡笛) 또는 ‘날나리’라고도 불리는 태평소는 피리와 사촌 관계다.

한 나라의 세자가 남장 내시와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을 보여준 드라마가 큰 인기를 모으며 최근 막을 내렸는데요. 첫째 인용문은 주인공 왕세자에 대한 묘사입니다. 여기서 ‘날나리’는 ‘언행이 어설프고 들떠서 미덥지 못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날라리’로 고쳐야 합니다.

또한 날라리에는 ‘아무렇게나 날림으로 하는 일’이란 뜻도 있는데요. 무슨 일을 맡겨도 날라리로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런 사람에게 맡긴 일이 심부름 정도가 아니라 나라 운영과 관계되는 일이라면 그 부정적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겠지요.

영화나 드라마에선, 겉은 날라리여도 속은 여문 상류층을 볼 수 있지만, 현실에선 겉보다 속이 더 날라리인 인사들이 넘쳐납니다. 돈 많은 부모 믿고 공부도 날라리로 하고, 졸업해선 회사 일도 날라리로 할 게 뻔한 철없는 자식이 많다는 건 결국 문제 어른이 많다는 방증이겠지요. 자식을 유명 대학에 편법으로 넣는 게 교육이 아니라, 자기 소임을 다하도록 가르치는 게 교육일 텐데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둘째 인용문의 ‘날나리’ 또한 ‘날라리’로 고쳐야 하는데요. 여기서 날라리는 ‘태평소’를 달리 이르는 말입니다. 나팔 모양으로 된 우리나라 고유의 관악기인 날라리는 나무로 만든 관에 여덟 개의 구멍을 뚫고, 아래 끝에는 깔때기 모양의 놋쇠를 달아 만드는데요. 이 놋쇠 때문에 목관악기인 피리와 달리 관악기로 분류되지요. 끄트머리에 달린 놋쇠 때문에 다르게 분류되듯 사람 또한 평상시 행동 하나만으로도 ‘날라리’인지 ‘진국’인지 그 부류를 가늠할 수 있지요. 평판도 결국 자기 하기 나름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