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구르미…’로 연속히트 박보검

“차태현 형은 사극에 특별출연
난 복받은 사람, 열심히 해야죠

이름 불러주는 것은 큰의미
스태프 이름 익히려고 노력”

“이영이다, 내 이름.”

KBS 2TV 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구르미)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박보검(사진)이 꼽는 명대사다. 구중궁궐 속에서 ‘세자’ ‘저하’로만 불리던 그가 사랑하는 여성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박보검은 유독 ‘이름’을 중시한다. 그와 함께 화보 촬영을 진행했던 사진작가가 올해 초 SNS를 통해 “박보검이 촬영 직전 ‘저는 박보검입니다. 죄송하지만 실장님 이름은 어떻게 되시나요?’라고 물었다. 그가 건넨 한마디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올린 글은 박보검의 인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그래서 박보검이 구르미에서 “라온아”라고, tvN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덕선아”라고 여주인공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에서 남다른 진심이 느껴졌는지 모른다. 오죽하면 여성 시청자들이 “나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했다”고 댓글을 달았을까.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검은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다. 누구든 자신을 소개할 때 이름을 가장 먼저 말하지 않나”라며 “이름을 불러줬을 때 내게 와서 꽃이 됐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촬영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의 이름을 익히고 부르려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선한 인상, 영화 ‘차이나타운’과 응팔, 구르미 등을 통해 강화된 착한 이미지, 그리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그를 둘러싼 미담. 다양한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배우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왕관’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이런 이미지와 멀어지려 하지 않는다. 꾸며 만든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실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작품 제안이 들어와도 상관없다”며 “구르미의 출연을 결정한 후 ‘주연’이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나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듯, 지금처럼 순리대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응팔로 열고, 구르미로 닫게 된 2016년은 박보검에게 특별한 해다. 높은 인기만큼 짊어져야 할 무게가 늘었지만, 그는 고민하기보다는 “중심을 잃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다짐한다. 송중기, 차태현, 임주환 등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든든한 선배 배우들은 20대 초반의 배우가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버팀목이자 조언자가 되고 있다.

박보검은 “차태현 형은 구르미에 특별출연했고, 임주환 형은 사극에서 망건, 옷매무새 여미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리고 송중기 형은 내가 중심을 못 잡고 있을 때 밥을 사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난 이렇게 복 받은 사람인데 흐트러져선 안 되고 이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빙긋이 웃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