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확장억제·사드 배치 등
한·미 안보현안 악영향 우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파장이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의혹사건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떨어뜨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등 한·미 동맹의 핵심 현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26일 미 워싱턴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올해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한·미·일 3각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임기 1년을 더 남겨두고 있는 박 대통령이 이번 의혹으로 급격한 ‘레임덕’에 빠지면 각종 동맹 현안 협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관료·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우려하는 이슈는 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 배치하기로 합의한 사드다. 사드 포대 부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일었던 사항인 만큼 정상적 추진을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번 의혹에 임기 말 권력 누수가 겹치면 예정된 일정대로 일이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제4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인근 상시 순환배치 등 확장 억제 제공 협의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오는 11월 8일 미국 대선에 이어, 내년 12월 한국 대선까지 앞두고 섣불리 관련 정책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되면 관련 결정을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지난 25일 내년 한국 대선을 언급하면서 “차기 한국 정부가 갑자기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에서 이른 권력 누수 현상으로 대북·북핵 정책을 놓고 의견이 더욱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점도 미국 인사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쪽에서는 자체 핵 개발·미군 전술핵 반입을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북 대화·협상을 주장하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책임론 불똥이 미국으로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한·미 관계’ 보고서도 “한국의 자체 핵 개발은 아시아에서 미국 영향력을 줄이고, 동맹체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국내 정치와 무관하게 국가안보 현안은 이미 확고한 입장이 있다”면서 “한·미 동맹 주요 현안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