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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수라’ 울고… 259만 저조
‘무도’ 출연후 기대치 상승
잔혹한 장면에 악평 쏟아져

- ‘럭키’ 웃고… 449만 순풍
좌충우돌 유해진의 원맨쇼
부담없이 볼 수 있어 호평

최근 영화 흥행의 두드러진 특징은 SNS 등을 타고 도는 ‘입소문’ 효과가 점차 빠르고,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정치나 사회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땐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가벼운 영화에 관객이 몰리기도 한다.

이 두 가지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아수라’(감독 김성수)와 ‘럭키’(감독 이계벽)다. 지난 9월 28일 개봉한 아수라는 정우성, 주지훈, 황정민, 곽도원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감을 높이며 안정적인 흥행이 예상됐다. 이 영화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재개발 이익을 독식하기 위해 법을 무시한 채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악덕 시장과 그에게 돈을 받고 뒤처리를 하는 형사, 시장을 잡기 위해 불법 수사를 하는 검사 등이 서로 물어뜯는 이야기를 처절하게 펼쳐냈다.

이 영화 주연배우들과 조연인 정만식, 김원해 등은 9월 24일 방송된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몸을 사리지 않고 게임을 하며 이 프로그램을 동시간대 1위로 올려놓았다. 이를 통해 기대치를 한껏 올려놓은 이 영화는 개봉 전날인 27일 65.1%(예매 관객 수 14만3738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의 예매점유율을 기록하며 실시간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신세계’ ‘내부자들’ ‘아가씨’ 등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흥행작들보다 높은 수치다.

개봉 첫날 47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1위로 시작한 이 영화의 흥행세는 10월 첫 주 연휴까지 이어지며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계에서는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약 350만 명)을 훌쩍 뛰어넘고 500만∼600만 명은 거뜬히 모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무거운 이야기와 잔혹한 장면에 대해 호불호가 엇갈리며 점차 악평이 쏟아져 나왔고, 결국 250만 명 선에서 주저앉아 24일까지 259만683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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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개봉 전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던 코미디 영화 럭키는 개봉(13일) 후 좋은 입소문을 등에 업고, 흥행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 동력은 배우 유해진의 ‘원맨쇼’다. 이 영화는 잘나가던 킬러가 무명배우와 인생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그렸다. 유해진은 대사 톤과 미묘한 눈빛의 변화 등으로 인생이 바뀌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큰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전체 흐름의 균형이 맞지 않는 등 단점도 드러난다.

이 영화에 대한 관객 평가는 대부분 우호적이다. 특히 현실을 잊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점과 유해진과 잘 맞는 캐릭터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이 영화는 개봉 첫날 889개였던 상영관 수를 최대 1234개(22일)까지 늘리며 역대 코미디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400만 관객을 돌파(24일까지 449만3808명)했다.

두 영화의 상반된 흥행 상황에 대해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SNS 등을 통한 입소문 효과가 영화 흥행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보다 더 빨라졌고, 강해졌다”며 “개봉 전 기대치가 높은 영화는 초반에 많은 관객을 동원하지만 입소문에 따른 실망감이 커지며 평점이 유지 안 되면 흥행세가 빠르게 떨어진다. 반대로 낮은 기대치에서 시작한 영화가 좋은 입소문을 얻으면 흥행세가 급격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 분석가는 이어 “요즘 젊은 관객들은 SNS상에 지인들이 써놓은 영화평을 신뢰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영화 선택 요소 중 입소문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사회적 외부 환경도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두운 뉴스가 많이 나올 때는 무거운 영화를 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아수라는 부담스러운 영화라는 반응이 퍼졌고, 럭키는 가볍게 볼 수 있는 ‘힐링 무비’라는 입소문이 나며 희비가 엇갈렸다”고 분석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그래픽 = 전승훈 기자 j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