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대세’ 박성현이 미국 진출 결심을 굳힌 것 같습니다. 박성현이 LPGA투어 행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선수와 가족 등 관계자들의 그동안 행보를 종합해 보면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과 판박이입니다. 2년 전 김효주와 백규정, 그리고 지난해 전인지 역시 “심사숙고하겠다”는 말을 해오다 예외 없이 모두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이런 정황상 박성현의 내년 활동무대는 미국이 될 것 같습니다. 박성현은 후원사 넵스와 연말 재계약합니다. 하지만 몸값이 높아져 새 후원사를 찾을 것으로 내다보입니다.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매니지먼트사도 새로 물색 중입니다.

박성현이 미국행에 앞서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해 봤는지 궁금합니다. 박성현은 그동안 LPGA투어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상위권을 유지했기에 기량은 의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성공을 위한 조건은 이뿐이 아닙니다. 먼저 언어와 환경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동료나 동반자와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하면 경기에 영향을 미쳐 위축된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언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골프여제’ 박인비도 영어가 잘 안 되던 주니어 시절엔 우승하는 게 두려웠다고 고백했습니다. 전인지가 영어로 말문을 튼 건 지난 8월 에비앙챔피언십 우승 때였습니다. LPGA투어 2년 차 백규정은 여전히 영어 공포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초청선수로 어쩌다 참가하는 것과 LPGA 멤버로 1년을 풀로 소화하는 건 차이가 큽니다. 미국의 낯선 환경과 문화적 차이 때문입니다. 또 하나, 후원사 계약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동안 ‘최고 대우’에만 현혹돼 후원사가 요구하는 국내 기업행사나 국내 대회 출전 요구에 일일이 응했다가 경기 중 쓰러지고, 기권하고, 성의 없는 플레이로 80대 타수를 쳤던 선수를 여럿 봐왔습니다. 계약에 따라 ‘족쇄’ 혹은 ‘날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박성현은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세영과 장하나는 20명이 넘는 LPGA투어의 한국인 중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2013∼2014년 국내에서 김효주에 가려 늘 ‘넘버 2’였던 김세영은 미국 진출 2년도 안 돼 벌써 5승을 거뒀고, 장하나는 올해에만 3승을 올렸습니다. 일찌감치 미국행을 철저히 준비해 온 결과였고, 퀄리파잉 스쿨을 거치며 ‘내성’을 키워온 덕분입니다. 박성현이 주목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앞선 선수들처럼 막연하게 ‘되겠지’라고 생각하거나, 여론에 등 떠밀려 가는 미국행은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항상 모자를 눌러 써 얼굴의 절반을 가린 박성현에게 답답하지 않은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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