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버드 스트라이크(항공기 조류 충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항공기 엔진을 꼼꼼히 점검하는 대한항공 정비부 소속 직원(왼쪽)들과 공포탄을 발사하거나 경보기를 설치하는 등 조류 퇴치에 나서는 인천국제공항 조류퇴치팀 모습.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적극적 예방활동

안테나 덮개·날개 앞·엔진 등
복합소재 사용해 충격 최소화
엔진 속 ‘조류 유입’ 테스트도
주변 둥지 제거작업 등도 철저

선선한 가을, 철새가 이동하는 요즘 항공업계는 오히려 바짝 긴장한다.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의 ‘항공기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현황’을 보면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발생한 조류 충돌 건수는 1036건에 달했다. 여객 수요가 늘면서 버드 스트라이크 역시 2011년 92건, 2012년 160건, 2013년 136건, 2014년 234건, 2015년 287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항공기 기술력의 발달과 업계의 조류 퇴치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항공기 제작사는 조류 충돌이 종종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설계 초기 단계부터 이를 견딜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반영해 제작하고 있다. 조류 충돌이 발생하는 부위인 항공기 전방의 안테나 덮개(Nose Radome)와 날개 앞부분, 엔진 등이 대표적이다. 안테나 덮개의 경우 일반 합금보다 강한 복합소재로 제작돼 조류 충돌로 수십t의 충격이 전해지더라도 항공기의 운항에는 문제가 없다. 날개 앞부분 또한, 물체에 부딪혀 손상이 생기더라도 항공기의 운항에는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설계부터 반영된다.

엔진도 마찬가지다. 운항 중 엔진에 조류를 비롯한 외부 이물질이 들어가게 될 경우 주요 부품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외부로 자연스럽게 배출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엔진 개발 시에도 어떠한 조건에서도 항공기가 적절한 속도로 앞으로 계속 나갈 힘을 유지하도록 각종 테스트와 승인 과정을 거친다. 특히 엔진에 실제 조류가 부딪혔을 때를 상정해 안전성을 직접 검증하고 있다. 엔진을 최대 추력으로 회전시킨 상태에서 특정 조건의 조류(3.65㎏ 이상의 독수리 한 마리, 1.15㎏ 이상의 큰 꿩 네 마리에 상응하는 조류)를 실제 운항 조건으로 엔진 속에 유입시켰을 때 안전기준을 충족하는지 실제 테스트를 한다. 이를 통과해야만 엔진이 실제 항공기에 장착될 수 있다.

안전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버드 스트라이크는 경제적 손실과 연관돼 항공업계에선 달갑지 않은 존재로 꼽힌다. 조류가 엔진에 부딪히면 엔진 앞쪽에서 공기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회전 날개(Fan Blade)에 손상을 입는다. 문제는 회전 날개 한 개의 가격이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조류 충돌이 몇 건만 발생하더라도 수십억 원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 운항 지연에 따른 연료비, 지상 조업비 등도 추가로 투입된다. 조류 충돌로 일정이 지연되면 승객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선 일단 사전 차단을 목표로 조류 퇴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조류 퇴치 전담인원과 장비 등을 상시 배치해 조류 퇴치 활동을 수행하는 한편, 계절에 따라 나무의 조류 둥지와 대규모 수풀 제거 작업에 나서고 있다. 또 화학약품 살포, 폭음기, 소음기와 엽총, 탄약, 차량을 이용한 조류 퇴치 활동도 펼친다. 매년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방지를 위해 세미나도 개최되고,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예방기법 발굴을 위해 해외 사례를 분석하는 등 항공사와 관계기관이 힘을 합치기도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류 충돌 사례가 발생했을 때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빠르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관계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그 대책의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