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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7년 유엔의 대북(對北) 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가 취할 입장을 북한에 의견을 물어 ‘기권’ 결정을 함에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당시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의 회고록에서 밝혀 지금 대한민국은 진실 공방의 수렁에 빠져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기억이 안 난다”면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이렇게 회피한다고 문제의 엄중함이 사라지지 않음은 물론이다.

첫째, 당시 정부 결정에 참여했던 국무위원이자 각료였던 고위 인사의 증언이어서 그것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강한 추정이 가능하다. 둘째, 아직 정전 상태인 남과 북은 적대(敵對)관계인데 북의 의사를 물어 남이 정부의 대(對)유엔 결정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여적(與敵)행위일 뿐더러 사전 의사 타진은 아니더라도 그 결정을 사전 통보해주는 행위도 있을 수 없다. 더구나 북은 적화통일의 목표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다. 셋째, 그것이 국회의원 출마자가 관련된 행위라 하더라도 국민은 알 권리를 가지는데, 하물며 국민의 안위와 행복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망하는 인사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넷째, 그것이 여적행위가 아니고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진정으로 그렇게 해야 할 설득력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면 그것을 떳떳하게 국민에게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 못하다면 유력 대선 후보로서 비겁하다.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떳떳한지 비겁한지 이 모든 것도 투표권을 행사할 국민으로서는 알 권리가 있다. 다섯째, 유엔의 대북 인권 결의는 북한이 주민을 굶어 죽게 내버려 두면서도 나라의 자원을 전부 핵무기와 이를 운반할 미사일 개발에만 사용하며 이러한 전체주의 독재체제 유지와 안위를 위한 무자비한 주민통제에 집중하는 지구상 최악의 인권침해 국가라는 사실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혹독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은 우리와 피를 나눈 우리의 형제자매요 같은 동포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목표로 하는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에 우리가 기권 표를 던진다는 것은 우리의 민족주의 시각에서 말도 안 된다. 더구나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대한민국의 일부이고 북한 주민은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에 헌법적 차원에서 유엔의 인권결의안 통과에 앞장서야 할 대한민국이 기권 표를 던진다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

국제평화와 인권기구인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기권 표를 던진다는 것은 유엔의 도움으로 1948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립하고, 6·25 전쟁 때 유엔의 도움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었던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적화(赤化)통일의 목표를 버리지 않는 북한에 물어서 유엔 표결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참괴(慙愧)하다.

헌법을 거론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 국민은 우리가 이룩한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을 지키고 통일을 달성하며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대한민국을 떳떳하게 이끌어갈 지도자를 가질 권리를 가진다. 그러한 권리의 하나로 국민은 국가 지도자 될 사람의 자질을 알 권리가 있다. 국가 최고 지도자 될 인물이라면 기억이 안 난다는 임기응변으로 엄중한 사태를 비켜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