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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렇게나 허비해도 되는 것으로 인식됐던 물은 공기와 함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과거 물은 거의 무한으로 존재하는 자유재(free goods)로 인식돼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가장 가치 있는 경제재(economic goods)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갈수록 물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물과 관련된 산업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22일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물 정상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유엔은 이날을 맞아 ‘물과 일자리’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상수도, 발전 등 물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종사하는 세계 노동자는 14억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약 42%다. 건설, 수송 등 물 의존도가 덜한 산업에서는 약 36%인 12억 명이 일하고 있다. 전체 노동력의 78%가 물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이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물이 부족해지면 산업활동이 어렵게 되고 결국 일자리도 사라진다. 이미 IBM 같은 회사는 물산업을 신전략 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물산업 시장 규모는 35조 원이 넘는다. 세계시장 규모는 1500조 원에 달한다.

세계 물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제1회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행사가 오는 19일부터 나흘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물 관련 전 분야를 망라하는 국내 유일의 물 이벤트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5개 기관이 공동 주최하는 정부 주도 행사지만 세계 30여 개국에서 80개 기업, 1만여 명이 참가해 물과 관련된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한국은 현재 ‘물 부족 국가’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논란은 있지만 ‘4대강 사업’ 같은 수자원 개발과 보전 노력이 계속 필요한 이유다. ‘물을 돈 쓰듯’ 해야 할 시대다. 이번 행사가 ‘물 비즈니스’를 넘어 21세기형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면 더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