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병지가 지난 7일 개관을 앞두고 있는 경기 수원시의 재활센터에서 유소년 재활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자기관리 모범생

“일거수일투족 알려지는 시대
프로선수는 처신 바르게 해야”

김병지(46)는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다. 그에게도 라이벌이 있었으니 바로 이운재(43)다. 동료이자 후배 이운재와의 수문장 경쟁은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는 결코 지고 싶지 않았다.

2004년 12월 12일 포항 스틸러스와 수원 삼성의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은 아직도 회자되는 명승부. 골 넣는 골키퍼 김병지는 당시 승부차기에서 포항의 5번째 키커로 나섰지만, 그의 슈팅은 이운재에게 막혔다. 포항은 3-4로 패했고, 그는 무릎을 꿇었다. 그는 앞서 2002 한일월드컵 본선에선 이운재에게 골문을 양보하고 1분도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수비와 공격을 모두 구사했다”며 “자존심은 확실하게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운재에게 밀린 게 아니라는 설명. 물론 그에게 이운재는 아끼는 후배다.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운재와는) 심각한 관계가 아니다”며 “유니폼을 벗은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김병지는 출중한 기량뿐 아니라 독특한 스타일로도 사랑받았다. ‘꽁지머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여기에 계절마다 달라지는 머리 색깔도 이슈가 됐다. 그는 “당시 그 많은 동네에 꽁지머리를 한 어린 친구들이 꼭 한 명씩은 있었다”며 “지금처럼 SNS가 활성화됐더라면 내 머리 스타일을 두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꽁지머리를 한 친구들이 축구도 잘하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24년간 산전수전을 다 겪고 그라운드를 떠난 백전노장은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열심히 하라”는 짧지만 여운 있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프로라면 자신이 능력과 자질을 100% 팬 앞에서 발휘해야 한다”면서 “술·담배는 기본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특히 요즘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에게 알려지기에 올바른 처신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기록 제조기’로 불린다. 그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건 연속 선발 출장이다. 그는 “남들은 K리그 706경기 출전이 가장 값진 게 아니겠느냐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귀중한 기록이 있다”며 “바로 193경기 연속 선발 출장”이라고 말했다. 706경기 출장은 언젠가는 깨지겠지만, 193경기 연속 선발 투입은 경신하기가 쉽지 않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절정의 기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최다 연속 선발 출전 기록을 작성했으며, 이 기간 동안 교체된 건 단 한 차례뿐이었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교체됐고, 나머지 192경기는 풀타임으로 골문을 지켰다.

수원 =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