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인사이드 3D프린팅 콘퍼런스&엑스포’에 출품된 3D프린터가 제품 프린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 컴퓨터의 의족 제작 모습(위)과 지난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3D프린팅코리아엑스포및유저콘퍼런스’에서 가수 여행스케치가 3D프린팅으로 만든 기타를 연주하는 사진. 연합뉴스

- 1부. 한국의 현주소 ③

“3D프린터로 제작된 간이 최초로 이식된다”(76%), “소비자 제품 가운데 5%는 3D프린터로 제작된다”(81%), “3D프린터로 제작된 자동차가 생산된다”(84%). 세계경제포럼(WEF) ‘소프트웨어와 사회의 미래에 관한 글로벌어젠다카운슬’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경영진과 전문가 800명을 대상으로 오는 2025년에 달라질 기술에 관한 설문 중 일부다.

대량 생산되는 제품들이 3D프린터를 통해 소비자 개인의 취향에 맞춰 제작될 수 있다는 데 80% 이상의 전문가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체 이식용 바이오 간’까지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다는 데 76%의 전문가가 동의했다. 그만큼 제조업에서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제조업 개념의 大변화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D프린팅 기술은 머지않은 미래에 더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3D프린팅은 디지털 디자인 데이터를 이용해 소재를 쌓아 3차원 물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몇 년 사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벌써 3D프린팅으로 지은 집이 등장했을 정도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실제 중국 업체 ‘윈선’은 1100㎡ 저택과 6층짜리 주택을 3D프린팅으로 지어 지난해 1월 공개했다.

심지어 사람의 뼈나 장기를 3D프린팅으로 제작해 이식하는 시대도 열리고 있다. 베이징(北京)대 제3병원은 3D프린팅 기술로 척추암 환자의 척추뼈를 이식했다. 국내 연구진도 인공 발목뼈를 제작해 이식에 성공했다. 일본 나카무라 마코토 도야마(富山)국립대 교수팀은 3D프린터로 살아있는 세포를 쌓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D프린팅에 대한 전망은 기술적으로 긍정론이 우세하다. 가정마다 3D프린터를 갖춰 많은 소비재를 생산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자전거나 가구, 심지어 자동차 제작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패션 분야에서 3D프린팅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지난해 한 패션쇼에서 3D프린터로 출력한 재킷과 스커트 등을 선보였다. 세계적인 패션 업체 자라(ZARA)의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자라의 경쟁자는 3D프린터인 만큼 미래의 의류회사는 (제품이 아니라) 디자인을 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원하는 소재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조업 분야에서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에서 스마트팩토리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적인 제조회사 제너럴일렉트릭(GE)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GE는 생산 엔진에 센서를 부착해 엔진의 수명과 상태, 이상 유무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모은다. 이를 통해 GE가 생산한 엔진을 사용하는 업체에 점검 관련 사항을 서비스하고 있다. 고장이 났을 때 수리해 주는 ‘애프터서비스’가 아니라 사전에 정보를 줘 대비할 수 있도록 ‘비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GE 발전 사업 수익의 75%가 서비스에서 창출되고 있다”면서 “2020년까지 세계 톱 10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기업으로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