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경기 용인시 88골프장에서 한국프로골프투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열리고 있습니다.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01년쯤으로 기억됩니다. 최경주가 미국 진출 2년째 되던 해, 기자는 미국에서 최경주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최경주는 플로리다 올랜도의 베이힐골프장에서 아널드 파머가 주최하는 ‘베이힐 인비테이셔널(현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 처음으로 참가했습니다. 최경주는 이때 대회 호스트인 ‘골프의 전설’ 파머에 대한 출전선수들의 존경심과 팬들의 무한한 사랑을 처음 목격하면서 감동을 받았던 겁니다. 그러면서 최경주는 기자에게 한국의 후배들을 위해 10년 후에 자신의 이름으로 한국에서 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꼭 10년이 지나, 2011년 최경주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KJ CHOI CJ인비테이셔널’이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골프클럽에서 3년간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 대회는 2014년엔 대회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우여곡절 끝에 지방 골프장에서 간신히 열렸고, 지난해엔 최경주가 프레지던츠컵 부단장이 되면서 대회 준비의 어려움 탓에 대회를 열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스폰서를 잡지 못해 속을 끓여야 했습니다.

최경주는 2년 연속 대회를 무산시킬 수 없다며 한국에 들어와 백방으로 기업인들을 만났지만 별반 소득이 없었습니다. 프레지던츠컵 때 인연을 맺었던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쾌척하고 최경주재단에서 마련한 3억 원 중에서 대회 운영경비로 쓰고, 1억 원을 총상금으로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최경주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 전에 자신이 뛰던 20년 전 국내 골프 시절로 되돌아가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천우신조로 대회를 불과 1주일 앞두고 현대해상 측에서 뒤늦게 사정을 알고 선뜻 상금 5억 원을 후원키로 한 것입니다.

최경주가 대회 스폰서가 돼 달라며 발을 동동 구를 때 CJ그룹은 상금만 900만 달러에 총 2000만 달러(약 222억 원)나 소요되는 호화판 PGA투어를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에서 유치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 인기 많은 여자골프를 유치하기 위해 한 방송사는 5억 원의 상금을 24명에게 ‘가욋돈’처럼 나눠주는 친선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무대인 PGA투어 1승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10승과 맞먹는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PGA투어는 인기나 규모 면에서 여자골프를 능가하기 때문입니다. PGA투어 8승을 거둔 최경주는 ‘아시아 골프의 레전드’입니다. 그런 최경주가 고국에서 남자골퍼라는 이유로 찬밥 취급을 받았다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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