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나와 다른 사람을 굳이 비교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삶에 자긍심을 가지면 튼실한 나무처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아버지는 형제도 없이 6대 독자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사는 동안, 아버지가 기대고 의지할 수 있고 힘이 되어주는 배후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나의 외로움이 사치인 것처럼 갑자기 헐거워지기 시작했다.’(‘어머니의 눈사람’ 50쪽)

박동규 교수는 1939년 경북 경주 월성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박목월 시인이 독자였던 데 비해 5남매 중 장남이었다.

“바로 아래 여동생과 여섯 살 터울입니다. 저와 여동생 사이에 하나 더 있었는데, 잘못됐지요. 그 아래로 남자 동생 세 명이 있는데, 저와는 나이 차이가 꽤 있습니다. 그들에겐 제가 형이 아니라 삼촌뻘인 셈입니다. 부친은 성격이 매우 순하셔서 아이들에게 야단 한 번 치신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만 부라려도 동생들이 무서워하는 사람이었지요, 하하.”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상경한 후 서울고를 거쳐서 서울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1962년 문예지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문단에 등장했다. 한국 전후소설의 특징을 분석적으로 규명하는 평론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소설적 시학의 가능성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현대소설의 비평적 분석’(1984), ‘전후 한국소설의 연구’(1996) 등의 저서는 이 같은 비평 작업의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그는 방송활동을 하는 한편 인생론을 담은 수필집을 통해 탁월한 에세이스트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 ‘별을 밟고 오는 영혼’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등의 수필집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그는 1969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대에 재직하며 수많은 후학을 배출했다. 그가 대학 강단에 서게 되자, 그의 모친은 아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박 교수’라고 칭했다. 그런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해 제자들을 가르쳤다.

“저 나름대로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족하지요. 지난 추석 때 아버지 산소에 갔는데, 그 앞에 서니까 잘한 것은 생각이 안 나고 못했던 것만 생각나더군요. 살아온 것을 되돌아보면 잘못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는 슬하에 1남 1녀를 뒀는데, 올해 40세의 딸이 결혼을 하지 않아서 걱정이라며 웃음을 머금었다. 결혼한 아들은 미국에 살며 딸 둘을 키우고 있다. 그는 미국에 갔다가 손녀들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한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가족 간에 소통을 잘하려면 평소 정서적 교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