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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인공지능 시대 로봇과 친구가 되는 법 / 나타샤 셰도어 지음, 이충호 옮김 / 길벗어린이

한때 많은 어린이들이 과학자를 꿈꾸고 ‘수재’라는 소리를 듣는 학생은 물리학과,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던 시절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학생용 과학 잡지를 들춰보고 로봇과 우주가 나오는 과학소설을 읽으면서 언젠가 자신이 과학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날을 상상했다. 수십 년이 흘렀고 지금 우리 곁에서 그 소년들의 꿈은 다양하게 나타나는 중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우리가 누리는 기술은 이 꿈나무 과학자들의 성장이 낳은 결과다.

‘로봇: 인공지능 시대 로봇과 친구가 되는 법’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대국을 벌이는 2016년의 어린이들에게 그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로봇 과학자를 꿈꾸게 만드는 책이다. 로봇연구가 처음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인간의 신체와 기계를 연결하는 가장 최신의 이론인 ‘증강인간’ 연구까지 로봇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 부모 세대가 태권브이 수준에서 어린이의 로봇 궁금증을 해결하려 한다면 이 그림책은 12세대 로봇의 현재를 말한다. 단지 로봇의 구조에 관한 궁금증만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인공적 장치를 연결했을 때 그에 배가되는 힘을 어떤 제약 속에서 활용해야 할 것인지, 강한 힘과 역량을 얻은 로봇을 전쟁과 같이 윤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곳에 내보내도 되는 것인지, 로봇의 행동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로봇을 설계한 사람과 제조한 사람 중에서 누가 져야 하는지 등 로봇 시대를 맞아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위험하고 힘든 곳에는 로봇을 보내면 된다’는 단순한 상상이 꼬리를 물고 가져올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정확하게 설명하고 발전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어린이가 주 독자이지만 로봇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나 어른 독자에게도 친숙한 안내서가 될 수 있는 구성이다.

2016년 볼로냐어린이국제도서전의 라가치상 수상작으로 아동청소년 과학언론인으로 활동하는 나타샤 셰도어의 꼼꼼한 분석이 담긴 글에 광고 예술감독 출신의 세브린 아수가 절묘한 색채 감각으로 나타내는 미래의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김지은 어린이·청소년문학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