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콩글리시 찬가 / 신견식 지음 / 뿌리와 이파리

국적 불명 외래어에 대한 비판적 환기가 어김없이 이뤄지는 한글날을 앞두고 번역가 신견식 씨가 도발적인 주장을 하고 나섰다. ‘콩글리시에 한국 국적을 허하라.’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15개국 언어를 해독하고 중세 언어에까지 능통해 업계에서 ‘언어 괴물’로 불린다는 그가 콩글리시의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리 말해두지만 고운 말·바른 우리말 사용에 대한 반란은 아니다. 콩글리시가 표준어라는 식의 주장은 더더욱 아니다. 콩글리시도 수많은 언어와 뿌리를 함께하는 한국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이라는 것. 콩글리시도 당대에 살아 움직이는 언어라는 입장이다. 제목은 콩글리시 찬가이지만 찬가라기보다는 콩글리시 다시 보기 정도이다. 어원과 유례를 따져보면 콩글리시야말로 우리 역사와 현재, 생활사를 흥미롭게 반영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핸드폰의 바른 영어 표현은 셀폰(cellphone). 그래서 핸드폰을 콩글리시라고들 한다. 이 단어는 완전히 틀렸고, 쓰지 말아야 할까. 영어권에서라면 당연히 그렇겠지만 그렇지 않다. 핸드폰이라는 표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도 흔히 쓰는 단어이며, 독일에서는 영어 handy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니 핸드폰도 파이팅처럼 한국어 안에 녹아들어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는 주요 요소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단어의 기원을 좇는다. 콩글리시가 어떻게 생겨났고 세계의 다른 언어와 어떤 관련을 맺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우리 문화 습관이 영어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다른 서양 언어가 기원인 것도 모르고 영어 발음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콩글리시로 오해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아르바이트는 어원인 독일어 arbeit(일·노동)의 뜻이 좁아진 것이데, 이를 모르거나 도리어 콩글리시로 착각한다. 15개 언어에 정통한 언어 괴물답게 몽타주, 커플룩, 추리닝, 글래머, 업계 용어인 아이템 등의 기원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백 프로(100%)는 독일, 핸드볼은 북유럽, 초콜릿 복근은 프랑스에서 왔고, 금수저는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등에서도 쓴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금수저와 같은 뜻인데 은수저라는 표현을 쓰는 곳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프랑스 등이다. 한편 저자가 각 외래어 혹은 콩글리시가 한국 사회에 어떻게 들어와 언제부터 사용됐고 수십 년 동안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신문 기사와 연재소설 등을 통해 추적해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