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서 선풍기 던져 출동… 신참순경 3도 화상 입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눈을 다짜고짜 담뱃불로 지진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공권력 경시 풍조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신풍지구대 소속 김모(25) 순경의 눈을 담뱃불로 지져 3도 화상을 입힌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로 오모(20) 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 씨는 지난 19일 새벽 1시 30분쯤 영등포구 신길동 자신의 집에 출동한 김 순경의 오른쪽 눈을 담뱃불로 지진 혐의를 받고 있다. 빌라 3층에 거주하던 오 씨는 1층으로 선풍기를 던져 이웃주민의 신고를 당한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 순경이 오 씨에게 “선풍기를 왜 던졌느냐”고 묻자 오 씨는 갑자기 피우던 담배로 김 순경의 오른쪽 눈을 지졌다. 오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순경은 순간적으로 눈을 감아 가까스로 실명은 면했지만, 눈꺼풀에 3도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올해 4월 첫 발령을 받은 김 순경은 정신적 충격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오 씨는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1만4556명으로, 2011년 1만3052명에 비해 11.5% 증가했다. 특히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거나, 여러 사람이 단체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지난해 926명에 달했다. 이는 2011년 595명에 비해 55.6%나 증가한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할까 두려워 막상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