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대폭 개정해 부작용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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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법)이 시행된 지 30일로 사흘째를 맞았다. 이 법률이 입법예고된 이후에도 많은 사람, 특히 대다수의 법학자는 이렇게 문제가 많은 법률이 실제로 시행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급기야 이 법률이 시행되기도 전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됐고, 그때까지도 많은 사람은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법률이, 법률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형식이나 내용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투명사회를 이룩한다고 하는 이 법률의 목적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목적의 정당성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의 정당성까지 담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정당한 목적일수록 정당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 달성해야 한다. 이 법률을 최초로 제안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은 이 법의 목적이 각자부담(더치페이)이라고 했다. 그런데 각자부담이라는 목적을 과태료와 형벌을 동원해서 달성하려는 것은 적어도 죄형법정주의와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헌재는 이 법률에 대해 합헌결정을 했고, 그때부터 우리 사회에는 이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사항과 허용되는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혹시 자신이 억울하게 처벌되는 건 아닌가 하는 근심과 걱정이 생겨났다. 형법학자로서 이 법률을 여러 번 읽어보고 여러 기관에서 이 법률에 대한 설명을 들은 필자도 어떤 행위가 어떻게 처벌되는지 알기 어렵고, 이에 따라 억울하게 처벌되는 사람이 많이 생길 게 확실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실제로, 휴가 병사들에 대한 에버랜드 무료 이용 혜택이 법률에 위반된다며 중단됐다가 번복된 일도 있다.

오늘날 문명국가의 형사법에서는 형벌은 먼저 다른 법적 제재 수단을 동원해보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에 최후수단(ultima ratio)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 수단성 원칙이 강조된다. 그리하여 ‘열 사람의 도둑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선 안 된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원리에 비춰보면 각자부담이라는 지극히 도덕적인 성격이 강한 목적을 형벌을 통해 달성하려는 것은 형벌의 보충성, 최후 수단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이 법률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명을 보면 ‘한 사람의 도둑을 잡기 위해 10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도 된다’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에게 불리하게’라는 원칙을 따르고 있는 듯하다.

바둑에서 고수는 생각한 뒤에 착점을 하고, 하수는 착점을 하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고수는 약간의 이익만을 취한다는 현실적 목적을 갖고 서두르지 않지만, 하수는 대마를 잡겠다는 과도한 목적을 갖고 서두른다. 부정청탁법의 시행은, 바둑으로 치면 우리 사회가 하수 중에 하수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정청탁법은 미국의 ‘금주법(禁酒法)’처럼 이 법률에 의해 처벌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운이 없거나 사회적 약자라고 인식되는 부작용만 낳을 게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이 법률은 즉시 폐지돼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른 시일 내에 대폭 개정해야 한다. 개정의 첫걸음은 이 법률의 적용 대상을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현행 형법과 형사특별법의 반부패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고 집행하는 방법을 규정하는 것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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