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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지난여름 북한 지역을 강타한 홍수 피해 지원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이 물난리는 제10호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8월 29일부터 닷새 동안 함경도 지역에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수해 지원 논란에 앞서 알아야 할 두어 가지 사실이 있다.

우선은 날짜에 관한 것이다. 홍수가 발생한 지 열이틀이나 지난 9월 14일 조선중앙통신은, 이 물난리로 138명이 숨지고 400여 명이 실종됐으며, 6만8900여 명의 수재민이 생겼고, 살림집과 공공건물 등 3만여 채가 부서졌다고 보도했다. 그 밖에 도로와 철도 및 농경지와 제방 유실도 겹쳐 피해액이 2억 달러에 이르는 큰 물난리가 났는데도 그동안 쉬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새 무슨 일이 있었던가. 북한은 수해 사흘 뒤인 이달 5일 노동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9일에는 5차 핵실험을 하는 등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핵실험 직후에는 대규모 군민대회를 열어 핵실험을 ‘특대사변’으로 선전하기까지 했다.

또 하나는 북한의 수해가 연례행사라는 점이다. 197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북한은 연간 500만t의 식량을 생산, 자급자족 수준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 농정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김정일이 나무를 다 베고 산을 논밭으로 만들어 알곡 생산 700만t 고지를 점령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감히 ‘유일사상 10대 강령’을 무시하고 반대한 사람은 없었다. 10대 강령은 지도자 지시의 ‘완전함과 무오류, 무조건 복종, 대를 이은 충성’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후 우거진 숲이 민둥산으로 바뀌고 땔나무가 귀해졌을 뿐 아니라, 홍수 때마다 농경지가 물에 잠기곤 한다. 사망·실종 600여 명에 90여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2007년 여름 수해도, 이번 여름 수해도 10대 강령의 ‘후과’인 셈이다.

‘인도적 대북 지원’이란 핵도, 미사일도, 유엔 제재도, 투명한 분배도 일절 따지지 말고 ‘무조건’ 퍼주자는 말이다. 하지만 투명하지 않은 지원은 독재자만 살찌운다는 건 아프리카의 사례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북한의 올해 4, 5차 핵실험과 22차례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 2억 달러면 전 주민이 3∼4개월 동안 먹을 식량을 살 수 있다지 않은가…. 수해 지역 주민들의 반감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핵이 밥 먹여 주나?” “김정은이 없어져야 북한이 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