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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전국부장

사상 최강의 경주 지진으로 깜짝 놀란 민심에 편승해 정치권을 비롯해 언론까지 연일 국민안전처 때리기에 나섰다. 2년 전 봄 수학여행 갔던 꽃 같은 자식들을 어이없이 잃어버린 전 국가적 반성을 딛고 “이제 ‘안전’만은 정말 네가 알아서 잘하라”며 만든 부처라 그만큼 기대도 컸기 때문일 것이다. 지진을 계기로 재난 예보 및 방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자는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하니 그나마 생산적인 논의로 연결돼 다행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동네북’ 국민안전처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한번 들여다보자.

안전처는 세월호 사고 당시 주된 책임을 추궁당한 해경을 흡수하고, 안전행정부의 안전 업무까지 통째로 넘겨받으면서 출범했다. 11월로 두 살이 되는 이 신생 부처는 ‘한 지붕 세 가족’의 난점을 극복하려 아직도 애쓰고 있다. 첫 번째 가족 해경은 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축소돼 중국어선 단속 등 해양경비와 수색구조, 적조·기름 유출 등 해상오염 방재를 맡고 있다. 두 번째 가족 소방방재청은 화재 진압에서 출발해 자연재해와 각종 현대형 재난 대처까지 기능을 확충한 곳이다. 세 번째 식구는 안행부에 있던 재난안전 조직이다. 내무부 이수(利水)과로 시작해 건설부 방재과로 소속을 옮겨 지자체와 함께 풍수해 대책에 주력했다가 2004년 소방방재청이 개청하면서 현장 대응업무를 제외한 재난 및 안전 기획·정책 전담부서로 안전처에서 다시 통합되기에 이른다. 크게 보면 소방과 치수에서 시작된 방재 업무가 내무부-건설부-행자부-행정안전부-안행부를 거쳐 안전처로 귀결된 셈이다.

이번 기회에 안전처의 군살 빼기와 새 근육 붙이기를 권한다. 우선 어떤 안전에 주력할 것인지 국가적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비전문 분야는 과감히 이양하거나 아웃소싱해야 한다. 재난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자연재난, 사회재난, 생활안전이 그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사회재난 중 교통사고는 경찰과 국토교통부, 사이버테러는 국가정보원·경찰·미래창조과학부, 감염병은 보건복지부가 1차 안전책임을 단단히 틀어쥐어야 한다. 해상안전은 다시 해경을 분리, 전담시키는 게 맞다. 바다 사고는 대부분 국민이 사는 육상의 안전과 달리 특수성이 강하다. 승강기안전도 산업통상자원부에 돌려주는 게 맞다. 대신 원래 주특기였던 풍수해와 도심 복합재난 해결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지진·태풍·홍수 등 자연재난은 기상청과 밀접한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전담 공무원을 육성해야 한다. 양 기관의 교환근무도 바람직하다. 화재·붕괴·폭발 등 사회재난은 테마파크 등 신종 인프라의 출현에 맞춘 새로운 훈련이 필요하다. 생활안전은 119 조직의 성장과 더불어 국민에게 가장 가까운 분야로 다가왔지만 무한정 간여하긴 어렵다. 수난사고, 산악사고, 전기 및 가스 사고 외의 신형 사고에도 대비하면서 조금씩 전문성을 키워 조직을 독립시키거나 아웃소싱하는 게 알맞아 보인다. 요컨대 안전처를 자연재해와 도시안전에 특화된 일반재난 전문가 집단으로 고도화시켜야 한다. 두 살배기 꼬마를 놓고 인적 개편이니, 조직 통폐합이니 을러대면 국민안전의 선진화는 요원하다고 감히 예언한다.

nos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