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지난해 3월 열린 CJ그룹과 계열사 2014년 하반기 신입 직원 아이디어 경연대회 ‘CJ온리원페어’에서 결선에 진출한 팀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CJ그룹 제공

- ⑮ CJ ‘문화 활동’

2주에 한번 외부서 자유활동
트렌드 익히고 창의력도 키워

아이디어 경연 ‘온리원페어’
채택되면 신제품으로 출시
직원에 해외 한류체험 기회도

지난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만큼 화제가 됐던 것이 관전을 위해 방한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의 소탈한 모습이었다. 그는 방한 이틀간의 모든 일정을 트레이닝복과 패딩 차림으로 소화했다. 호텔 복도에 서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그는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이름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그의 격의 없는 태도 자체를 경영행위로 파악하고 있다. 이미 공룡 기업이 돼 버린 구글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자유로운 기업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대기업들도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유로운 문화와 격의 없는 소통이 창의력 넘치는 강한 기업을 만든다.

근무 시간인데 사무실에 직원들이 없다. 어떤 직원은 영화관에 가 있고, 어떤 직원은 최근 새로 생겼다는 만화 카페에서 학창 시절 즐겨봤던 만화책에 다시 빠져들었다. 종합 콘텐츠 기업 CJ E&M의 이야기다.

CJ E&M은 지난 8월부터 임직원들이 2주에 한 번 근무시간 중 4시간을 외부에서 자유 활동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Break for an Invent(발명을 위한 휴식)’ 제도를 시범 운영 중이다. 문화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인 만큼 임직원 역시 항상 새로운 트렌드에 열려 있어야 하지만 바쁜 업무로 오히려 문화생활과 멀어지게 되는 상황을 막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찾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일상 업무에는 차질이 없도록 자유 활동 시간을 사용하기 이틀 전까지 본인의 상사와 유관 부서 등에 사전 공지하도록 했다. 임직원들은 대부분 보고 싶었던 공연이나 전시를 보거나 조용하게 카페에서 음악을 듣는 등 자유롭게 보내고 있다.

Break for an Invent 제도를 두 번 정도 이용한 CJ E&M 직원 엄모(28) 씨는 “다른 기업들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체험 행사를 하지만 이처럼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일정과 내용을 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는 것 같아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급변하는 문화 트렌드에 대한 다양한 시각도 얻을 수 있고, 평상시 업무에도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문화 체험 프로그램 ‘콘텐츠 봐야지’에 참여한 CJ그룹 임직원들.

CJ그룹은 CJ E&M뿐만 아니라 그룹과 전 계열사 차원에서 임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공모받거나 문화 체험을 장려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J그룹이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공채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아이디어 경연대회 ‘CJ온리원페어’는 대표적 사례다. 입사 후 그룹과 각 계열사 입문 교육을 마친 신입사원 6∼12명이 한 팀을 이뤄,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주요 사업에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5주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예선을 통과한 팀은 그룹 전 경영진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는 결선에 진출해 발표하게 되며, 최우수팀에는 CJ그룹의 주요 해외 사업장을 둘러볼 수 있는 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각 팀의 아이디어는 예선 참가 전 현업 전문가의 코칭을 비롯해 지식재산권 관련 내용 검토 등 사업성과 실현 가능성을 사전에 검증받는다. 경연 시작부터 아이디어의 제안을 넘어서 구체화까지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안된 일부 아이디어는 실제로 사업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2월 출시한 한식 디저트를 표방하는 신제품 ‘쁘띠첼 라이스푸딩’이 그중 하나다. 쁘띠첼 라이스푸딩은 지난해 상반기 CJ제일제당 신입사원들이 CJ온리원페어에 제출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소비자 조사를 거쳐 출시됐다.

임직원들에게 CJ그룹의 대표적 글로벌 콘텐츠 행사인 ‘KCON’과 ‘MAMA’를 관람할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 프로그램 ‘콘텐츠 Voyage(봐야지)’ 역시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또 다른 기회다. 분기별로 총 4회에 걸쳐 계열사별 우수 인력들을 선발해 연간 약 500명의 임직원이 해외에서 한류 확산의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단순하게 KCON과 MAMA 행사를 관람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식문화와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현지 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CJ그룹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드림하이(Dream High)’ 프로그램도 인기다. CJ그룹은 지난 2011년 겨울방학부터 연 2회 방학 기간에 맞춰 임직원들의 초·중·고생 자녀들을 회사로 초청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자녀들에게는 부모가 일하고 있는 CJ그룹에 대한 소개와 함께 사옥과 사업장 투어, 영화, 뮤지컬 관람 등 CJ가 만드는 다양한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