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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선· 문예봉· 복혜숙·김연실
톱스타들 월간 ‘삼천리’에 弔詞

“거룩한 당신의 영혼이 영원히 행복함을, 눈뜬 잠을 자고 있는 나는 속마음으로 축원하나이다.”

춘사 나운규(1902~1937) 감독의 데뷔작 ‘아리랑’에서 나 감독이 연기한 주인공 영진의 여동생 역을 맡은 배우 신일선이 나 감독을 추모하며 쓴 조사(弔詞)다.

김기순 신나라레코드 회장은 아리랑 개봉 90주년 기념일(10월 1일)을 앞두고, 나 감독과 인연이 깊은 신일선, 문예봉, 복혜숙, 김연실 등 당대 여배우 4명이 추모글을 쓴 월간지 ‘삼천리’ 1937년 12월호(사진)를 발굴해 28일 공개했다.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영화인인 나 감독은 아리랑을 비롯해 ‘벙어리 삼룡’ ‘사랑을 찾아서’ ‘잘 있거라’ 등을 연출했고, 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아리랑은 1926년 10월 1일 단성사에서 개봉돼 큰 인기를 모았다.

‘임자 없는 나룻배’에서 나 감독의 부인 역으로 나온 문예봉은 “나운규 씨처럼 후배 양성에 열정을 다한 분은 없을 줄로 생각되며, 그의 후배에 대한 깊은 애정이 새삼스럽게 감격의 눈물을 짜낸다”고 썼으며 잘 있거라로 데뷔한 김연실은 “자기 할 책임은 어떠한 곤란이 있어도 실행하는 강렬한 책임감과 사업욕을 가지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 ‘장한몽’에서 나 감독과 호흡을 맞춘 복혜숙은 “일꾼을 잃어버린 영화인들은 그가 못하고 간 일을 우리 손으로 다 해야지 하는 마음이 각각 있을 줄로 안다”고 밝혔다.

삼천리는 정치, 사회, 경제, 대중문화를 폭넓게 다룬 잡지로, 1929년부터 13년간 발간됐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