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 수사 담당 경찰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금 가혹 행위로 엉뚱한 사람을 진범으로 몰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재심 법정 증인으로 출정하면서 심리적 자책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8일 0시 50분쯤 익산시 한 아파트에서 A(44) 경위가 목을 매 숨져 있었다.

A 경위는 이날 동료와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가족에게 “괴로워 죽고 싶다”는 말을 남겼으며, 휴대전화에는 ‘잘 살아라. 먼저 가서 미안하다.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유서 형태의 내용이 임시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팀 막내였던 A 경위는 지난달 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재심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한 증인 2명 중 한 명이다.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은 2000년 8월 발생했다. 당시 16세였던 최모(32) 씨가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 씨를 시비 끝에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밝혔다. 최 씨는 징역 10년이 확정됐고, 2010년 만기출소했다. 그러나 최근 광주고법에서는 최 씨가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한 점, 새로운 증거가 확보된 점을 들어 2013년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전주=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