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시험생산에 들어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공장 내부 모습.

세계 1위 ‘로슈’와 장기계약 “
스피드·원가·품질이 경쟁력”

“물웅덩이만 가득하고, 갈매기가 날아다녔어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지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창립 멤버인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운영담당 상무는 5년 전인 2011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분야에서 신생기업이 송도 펄밭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누구도 믿음을 주지 않았다. 절실한 고민 끝에 이뤄진 사업인 만큼 삼성은 공격적이고 전폭적인 그룹차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약업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플랜트는 일반적으로 완공과 가동에만 7년이 걸리고, 이후 3년이 지나야 흑자를 달성한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첫 번째 플랜트는 착공 4년 만에 상업생산에 성공하고, 1년 뒤인 5년째에 흑자를 냈다. 이어진 제2플랜트 완공으로 단번에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분야에서 글로벌 3대 업체로 부상했다. 지난해 12월 제3플랜트 착공, 2018년 연간 바이오의약품 18만ℓ의 제3플랜트까지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 인겔하임’을 제치고,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CMO로 올라서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확산되고 신약개발 자체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업초기 2공장과 3공장을 현재보다 2년 더 늦게 지으려고 했는데 1공장을 짓고 보니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공장 증설과 동시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제약 글로벌 1위(로슈), 4위(BMS) 회사들과 장기 파트너십 계약 체결까지 이뤄내면서 입지를 단단히 다질 수 있었다. 그 과정은 ‘28전 29기’의 결과였다. 바이오제약에 관련된 경험이나 경력이 전혀 없고, 공장도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주계약을 하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할 회사는 없었다. 30개 기업 중 28개 제약사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29번째 회사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로슈, BMS와 수주계약을 맺는 데 성공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력을 스피드, 원가경쟁력, 품질경쟁력 등 3가지를 꼽는다. 반도체 공장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고 공사기간이 짧아 투자비용이 줄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단가를 낮추면 바이오의약품의 가격은 그만큼 낮아진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