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日,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내 核무기 대량생산 가능

日, 1980년대 美와 협상 통해
核 활동 ‘포괄적 동의’ 얻어내
플루토늄 보유 ‘잠재 核보유국’

韓, 1970년대 ‘재처리’ 추진
美·加 경제제재 압박에‘백기’
日수준 권한 요구도 거부당해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 핵물질 재처리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반면에 일본에는 광범위한 재처리 권한을 주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재처리를 통해 국내에 비축한 플루토늄으로 1350기 정도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 7월 공개한 ‘일본의 플루토늄 관리 상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은 47.8t에 달한다. 이 중 국내 보유량은 10.8t이고, 나머지 37.1t은 재처리를 위탁한 프랑스(16.2t)와 영국(20.9t)에 비축돼 있다. 국내보유량과 해외 비축량을 모두 핵탄두로 만들면 최대 6000기까지도 제조가 가능하다.

일본은 폐연료봉 재처리공장을 포함한 핵연료 주기(채광, 정제, 사용, 처분 등 핵연료 사용 과정) 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일본은 의지만 있으면 수개월 내에 핵무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핵보유국이 아닌 일본이 핵물질 재처리 권한을 가진 이유는 ‘미국의 양해’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 피폭 경험을 갖고 있는 일본은 종전 이후 핵보유의 의지를 갖고 원자력 발전소 및 핵 재처리 공장들을 건설했다. 일본은 1980년대에 미국과의 치열한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을 벌여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포함한 핵 활동에 대한 ‘포괄적 (사전) 동의’를 확보해 플루토늄 대량보유의 길을 열었다.

일본의 플루토늄 다량보유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2014년 핵안보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보관한 플루토늄을 원주인인 미국에 반환하기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지난 6월에는 플루토늄 331㎏을 실은 영국 수송선 퍼시픽 이글렛호가 일본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무라(東海村)항을 떠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도착했다. 하지만 반환량이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후속 반환계획 발표도 없는 상태다.

일본은 핵폭탄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고속증식로 ‘몬주’를 갖고 있다. 하지만 1995년과 2010년의 두 차례 사고로 최근 폐로를 결정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지난 21일 “일본은 몬주 폐로의 대안으로 오는 2030년쯤 운전이 시작될 프랑스의 고속로 ‘아스트리드(ASTRID)’ 연구·개발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아스트리드 연구 참여는 플루토늄 보유를 유지하기 위한 명분을 찾기가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일본과 달리 미국의 반대로 핵물질 재처리가 원천봉쇄되고 있다. 한국은 박정희정부 시절인 1970년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발표로 안보위기가 고조되면서 1975년 프랑스와 재처리 시설 수입 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캐나다와 함께 경제 제재 압박을 가했다. 결국 한국은 1977년 재처리 시설 도입 계획을 취소하고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6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서 미국에 일본과 같은 수준의 재처리 권한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