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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집회현장된 장례식장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사고로 입원한 지 317일 만에 사망한 농민 백남기 씨에 대한 경찰의 사체부검영장이 기각된 26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警, 재신청 검토…유족 반발
29일 경찰청 국감 논쟁 예고
이철성 “사인 명확히 밝혀야”
26일 법원이 전날 숨진 농민 백남기(69) 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고, 유족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 야당 등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게 뻔한데 부검이 왜 필요하냐”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부검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오는 29일에는 경찰청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백 씨 사망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 공방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는 주로 진보 진영·야권 측에서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백 씨 시신의 부검과 진료기록 확보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가 신청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에 적시된 압수·검증 대상 중 진료기록 입수 부분은 발부하고, 시신 부검 부분은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기각 사유와 영장 담당 판사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부검영장은 대개 사후에 시신이 발견되는 등 사인을 밝힐 방법이 없거나, 의료과실이 의심되는 경우 등 부검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청구되기에 대부분 발부된다”며 “백 씨의 경우엔 10개월 동안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누적된 의료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사인을 밝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 씨는 2015년 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그러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며 영장 재신청을 검토 중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애초 병원에 갔을 때는 지주막하출혈이었는데 주치의가 밝힌 사인은 심부전으로 인한 심정지”라며 “사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부검 전문의의 법의학적 소견을 명확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만 일단 부검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병원과 대학로 주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지에 배치했던 45개 중대(약 3600명) 병력 가운데 6개 중대(약 450명)만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에 남기고 나머지를 철수시켰다. 경찰이 부검영장을 재신청할 경우 서울대병원에 모여 있는 유족과 시민단체 등의 감정이 격앙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백 씨의 부인 박경숙(63) 씨는 “법원에서 이미 기각 결정이 난 사안이다. (경찰이 영장 재신청에 나설 경우) 싸우겠다”고 말했다.
최준영·이후연·김수민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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