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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을 나선 진종오는 승부 근성을 물려준 부모님과 반갑게 ‘해후했다’.

새 영화에서 15년 만에 ‘조우한’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추석 휴일이 닷새나 돼 친인척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 지인들까지 많은 만남이 이어졌는데요. ‘만나다’란 뜻을 가진 단어 중 잘못 쓰기 쉬운 동사를 살펴보겠습니다. ‘해후하다’는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나다, ‘조우하다’는 우연히 서로 만난다는 뜻입니다.

첫째 인용문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귀국한 진종오 선수가 공항으로 마중 나온 부모님을 만났다는 내용인데요. 올림픽 출전 준비 등으로 부모님과 오랜만에 만났을 수는 있지만 뜻밖에 다시 만난 건 아닐 테니 해후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해후했다’는 치기로 놓쳐버렸던 첫사랑을 중년에 이르러 서점이나 공원에서 마주쳤을 때 쓸 수 있지요. 뜻밖의 만남일 땐 반가운 마음과는 달리 제대로 인사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해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적절한 인사를 준비해 두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둘째 인용문은 이달 말 개봉을 앞둔 범죄·액션 영화에서 다시 감독과 배우로 만난 두 사람에 대한 내용인데요. ‘비트’ ‘무사’ 등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이후 15년 만에 다시 만난 거지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시나리오와 제작비 확보, 배우 캐스팅 등 많은 사전 작업이 필요한데 감독과 주연배우가 우연히 만난다는 건 상황에 맞지 않지요. 길 가다 초등학교 동창을 졸업 후 처음 마주쳤을 때에나 조우했다고 쓸 수 있습니다.

삶에는 무수한 만남과 이별이 있는데요. 불교의 연기론(緣起論)에 비춰보면 어떤 만남도 그냥 또는 우연히 이뤄지진 않는다고 합니다. 그 만남 이전에 수많은 상황이 날실과 씨실로 짜여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이 이뤄진다고 하니 소중하지 않은 만남은 없을 듯합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