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긍정과 성실함… 朴대통령 발탁뒤 빛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말버릇처럼 “저도 어렵게 산 촌놈이라서”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자신을 ‘흙수저’도 될 수 없는 ‘무(無)수저’라고도 부른다.

이 대표의 고향은 전남 곡성군 목사동면 관암촌이다. 여기서 태어나 광주 살레시오고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살았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직행버스를 세 번 갈아 타고, 보성강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첩첩산중이었다. 이 대표는 “저 이정현의 어머니, 아버지는 농부고, 아재와 고모, 선배, 친구, 후배 모두가 서민”이라고 했다.

사춘기에는 고등학교 전기 시험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의 아버지는 “내가 마음이 아픈 것은 네가 시험에 떨어져서가 아니라, 네가 그렇게 열심히 해 온 것이 짠해서 그런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 뒤로도 셀 수 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지만 난 더 이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는 과정일 뿐 난 반드시 목표에 도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1984년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시절 구용상 전 전남지사 비서를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5년 광주 시의원 지방선거에 출마해 낙선하고, 2004년 제17대 총선 당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또 낙선했다.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의원이 됐지만,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다시 낙선했다. 19대 재·보궐 선거, 20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기까지, 선출직 선거는 모조리 낙선한 셈이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선 후 “촌놈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된 나는 무서울 것도 없고, 두려울 것도, 더 이상의 욕심도 없다. 국회의원이 된 촌놈 이정현은 밑져도 본전 이상”이라고 했다.

‘비주류’와 ‘실패’의 아이콘을 자청했지만, 2004년 17대 총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광주에서 고군분투하는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냐”고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그를 당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했고, 2013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으로 최측근에서 보좌하도록 했다. 이 대표는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준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당선된 후 수락연설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그 노랫말처럼 모두가 등 뒤에서 비웃었지만 저는 꿈을 키워왔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 우리 사회를 거대한 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 꿈을 잃고 좌절하는 사람들, 제 심정은 이분들을 태우고 거위처럼 날개를 활짝 펴서 벽을 넘겨드리고 싶다. 이 꿈이 현실이 되도록 오늘부터 시작하겠다.”

△1958년 전남 곡성 출생 △광주살레시오고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선거대책본부 전략기획단 단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실 정무팀장 △새누리당 최고위원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홍보수석 △제18·19·20대 국회의원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