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대중에게는 휴식의 기회였지만, 방송사들은 격전을 치렀죠. 명절 연휴에 각종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해 ‘민심’을 살핀 후 정규 편성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매번 명절 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죠. 2010년 추석 때 첫선을 보인 이후 7년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장수 효자 프로그램입니다. 학창시절 운동회나 체육대회 때 뛰어난 운동 실력을 자랑하는 급우를 보며 열광하지 않았나요? 같은 이치로 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우리 오빠’가 운동까지 잘하니 어찌 열광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한때 1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9%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 계륵이 된 기분입니다. 일부 팬뿐만 아니라 유명 아이돌 가수를 보유한 연예기획사 내부에서도 “폐지해야 한다”는 뒷말이 무성하죠.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부상의 위험과 스케줄 조율이죠. 경쟁이 격해지면서 부상당하는 멤버들이 발생했고, 한꺼번에 모여 촬영해야 하는 만큼 이미 잡힌 스케줄까지 변경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그러나 입장이 전혀 다른 이들도 있습니다. 대중의 주목을 받고 싶은 신생 아이돌 그룹과 그들의 소속사에 이 프로그램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죠. 따지고 보면 샤이니의 민호(높이뛰기), 비스트의 윤두준(풋살), 씨스타의 보라(육상) 등도 신인 시절 이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올해도 신설된 리듬체조 종목에 출전한 신인 걸그룹 우주소녀의 성소가 뛰어난 실력을 뽐내 주목 받았죠.

이쯤에서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의 존재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방송사만 좋아서 강행하는 것일까요? 시청자들이 보길 원치 않는다고 하기에는 시청률이 높지 않나요? 2010년 대회에는 신인이었던 2PM, 비스트, 씨스타, 인피니트, f(x) 등이 출연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정상의 그룹으로 발돋움했죠. 이들처럼 명성을 얻고 싶어하는 신인이 적지 않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면을 보는 연예기획사 대표는 “명절 때마다 기다리게 되는, 젊은 시청자들 위한 씨름 같은 존재 아닐까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죠.

물론 방송사의 배려도 필요합니다. 스케줄 조율이 어려운 그룹의 섭외는 지양하고, 되도록 부상 위험이 큰 종목은 피하는 거죠. ‘누가 부상당하나?’ 기다리는 듯한 보도 행태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부상 위험만 운운하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 아닐까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