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유심칩 빼고 전화
추적 피하려 잔머리 굴리기도
14세 미만은 형사처벌 못해

경찰관 A 씨는 최근 서울 관악구의 한 주택가에서 ‘중학생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신고자의 연락처는 가정집 전화나 휴대전화 번호가 아닌 스마트폰 유심칩을 뺀 상태로 긴급신고를 했을 때 표시되는 ‘*0000’이었다. A 씨는 신고자를 알지 못한 채 현장에서 학생 무리를 쫓았지만, 이들은 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골목으로 들어가 경찰을 기다리는 등 ‘술래잡기’하듯 경찰을 농락했다.

경찰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10대들을 붙잡아도, ‘촉법소년’이라 처벌할 방법이 없어서 이들의 도 넘은 일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나이에 범법행위를 한 형사 미성년자다. 촉법소년은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때나 보호자 위탁,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고, 가벼운 범죄 등의 경우 경찰 조사 절차도 없이 대부분 ‘선도’ 차원에서 마무리된다. 촉법소년은 2012년 1만3059명, 2013년 9928명, 2014년 7873명으로 점차 줄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수천 명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경찰을 농락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경기 부천시에서는 긴급신고 전화로 경찰에 신고한 뒤 휴대전화를 꺼버려 위치추적을 어렵게 하는 초등학생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3월 전북 익산시에서는 중학생 2명이 ‘현금자동인출기 코너에 불이 났다’고 거짓 신고를 일삼다 경찰에 붙잡혔다. 모두 나이가 어리고, 구체적 피해 정황이 없어 훈방되거나 현장에서 경고만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성인이었다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아이들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고 학교 선생님과 부모에게 인계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어린아이들의 장난 때문에 진짜 급박한 사건 현장에서 범죄 신고가 들어왔을 때 신속히 출동하지 못할 수도 있어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