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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계속땐 전문가 치료를”

명절 연휴가 끝나면 ‘화병 환자’들이 급증한다. 대부분 심한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중년 여성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불안장애 등 화병으로 진료받은 환자 99만3417명 중 여성 환자가 약 65만 명에 달했다. 34만여 명인 남성 환자를 크게 웃돈다. 이 중 50대 여성 환자 수는 14만 명으로 전체 화병 환자 7명 중 1명꼴이다. 이들은 주로 설과 추석 이후에 병원을 많이 찾았다. 설이 지난 뒤인 3월이 18만4007명으로 가장 많았고, 추석 이후인 9월과 10월은 각 18만3744명, 18만3436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화병은 대부분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이다. 명절 전후 느낀 스트레스로 인해 쌓인 분노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면서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예방책은 없을까. 우선 가사노동은 남녀 가리지 않고 역할을 분담해 배려하며 서로 고생한 부분에 대해 격려와 칭찬의 말을 자주 건네야 한다. 사고방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명절을 무조건 스트레스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인 사고로 가족 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명절 후 우울감이 2주 이상 계속된다면 전문가 치료를 통해 만성 우울증으로 발전되는 사태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

홍순범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가족을 대할 때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처럼 상대를 대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양가 부모님을 모실 때도 직장 상사나 사장님을 모시는 것처럼만 노력하고, 배우자를 대할 때도 직장 동료에게 하는 정도로만 조심하면 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사실 내 삶에 더 중요한 사람들은 가족인데 살다 보면 오히려 거꾸로 대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안부 인사도 조심해야 한다. 추석에는 친척들이 오랜만에 만나기 때문에 상대의 경제적·심리적 상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부적절한 인사를 건네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는 현재의 근황 정도만 가볍게 묻는 게 좋다. 결혼이나 취업에 대한 질문도 구체적 혹은 직설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최근 화제가 되는 영화나 드라마 등 가벼운 주제로 대화하고, 종교나 정치문제 등 이견이 많은 내용은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